[단독] GS 계열사, 중소기업 기술도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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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GS 계열사, 중소기업 기술도용 논란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05.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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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시나리오?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GS그룹(회장 허창수)의 계열사 GS에코메탈(대표 정영배)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폐수처리시설 제조업체인 ‘㈜와이투’(이하 와이투)는 GS에코메탈(이하 에코메탈)이 자사의 폐수처리 기술을 도용해 지적재산권을 탈취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와이투는 특히 이번 사건이 에코메탈의 상위 회사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 친족 회사에 기술을 넘기기 위한 계획된 시나리오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 진위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에코메탈은 공정한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와이투가 불만을 품고 생트집을 잡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와이투는 만약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 언제든지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 고소를 비롯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어도 좋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폐수처리 기술도용을 둘러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매일일보>이 취재해봤다.

▲ 와이투가 작성을 마친 고소장 및 고발장. 와이투 구자숭 대표는 이번 주 내로 이를 관할 검찰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그룹 계열사 GS에코메탈, 중소업체 ‘와이투’ 폐수처리시설 기술 도용 논란
와이투, “우리 기술 빼돌려 친족회사에 넘겼다” 고소 예정…에코메탈 “사실무근”

정유 및 석유화학공장에서 나오는 폐촉매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사업을 영위 중인 GS그룹의 계열사 GS에코메탈이 중소기업의 폐수처리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폐수처리시설 설비 중소업체인 와이투는 최근 에코메탈이 자사의 폐수처리 관련 기술을 훔쳐갔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와이투 구자숭 대표는 지난 29일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에코메탈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우리 기술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대표에 따르면 직전까지는 위탁업체에 폐수처리 업무를 맡겨오던 에코메탈은, 올해 1월부터 ‘수질 및 수생태계 보존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는 것을 앞두고 폐수처리시설을 직접 갖추기 위해 이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와이투에 사업제안을 해왔다.

▲ 올해 1월 GS에코메탈과 와이투의 실무진이 주고 받은 기술협의 메일. 공개입찰로 전환되기 직전 에코메탈과 와이투가 단독으로 폐수처리설비에 관한 협의를 하던 시점으로, 에코메탈 실무자는 이 메일을 통해 '프로젝트가 조속히 진행 될 수 있도록 내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와이투는 올해 1월과 2월 에코메탈 측 실무진들과 만나 사업설명을 진행했지만, 이후 에코메탈 측이 공개입찰로 방식을 바꾸면서 와이투, 코오롱워터텍, 비올라, 큐바이오텍 등 8개 업체들이 사업자 입찰을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4개의 업체가 탈락하고 와이투를 비롯한 나머지 4개의 업체가 경쟁을 벌이게 됐는데, 그중 두 개 업체가 모두 GS와 연관된 회사였다는 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처음엔 우리와 단독으로 사업을 할 것처럼 논의가 오가던 중 공개입찰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공정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원한 것으로만 알았다”면서 “그러나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이던 4개 업체 중 에이치플러스이엔지라는 회사와 GS네오텍 두 곳은 GS와 연관이 있는 회사였다”고 밝혔다.

GS네오텍은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동생 허정수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계열사이고, 에이치플러스이엔지는 에코메탈의 상위 회사인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 자제들이 대주주로 있는 사실상 친족회사였다는 것이다.

이후 에코메탈은 지난 3월 중순 경 최종적으로 기술설명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입찰에 참여한 회사들에게 통보해 왔다.

그런데 막상 설명회에 나가보니 와이투의 동의 없이 ‘글로벌21’이라는 외부 컨설팅 업체의 인사가 참석, 기술검토를 한다는 명목 하에  상세한 기술 설명을 요구했다는 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상세한 기술설명은 기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대신 SK에너지 등 다른 대기업에 폐수처리 설비를 납품한 근거를 댔지만 ‘기술공개가 불가능하면 탈락 시키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소기업인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었기 때문에 비밀유지가 될 것으로 믿고 상세한 설명을 했고, 설명회 직후 기술과 관련된 자료까지 메일로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초 3월 중으로 입찰 결과를 통보하겠다던 에코메탈은 두 달이 지난 5월 17일이 돼서야 와이투에 탈락을 통보해왔다. “해당 기술은 당사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탈락 사유였다.

▲ 와이투가 만든 폐수처리설비 설치 제안서. 와이투는 이 문서를 GS에코메탈의 요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와이투는 에코메탈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에코메탈은 이미 와이투가 납품한 폐수처리 시설을 운용 중인 ‘선경워텍’에 과거부터 폐수처리 업무를 위탁해 왔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선경워텍의 폐수처리 시설은 우리가 납품한 것”이라며 “에코메탈은 여태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우리가 만든 폐수처리 시설을 갖춘 선경워텍에 업무를 위탁해 왔는데, 이제 와서 우리의 기술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을 바꾼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친환경 폐수처리회사인 선경워텍은 울산 온산공단에 소재한 에코메탈과 LS니꼬동제련 등으로부터 폐수처리 업무를 수탁해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얼마 전 폐수배출허용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이 적발돼 울산시로부터 268억의 과징금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 회사의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우리의 기술이 에코메탈과 맞지 않는다는 (에코메탈의)설명대로라면, 에코메탈은 결국 자사의 폐수를 처리 할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선경워텍에 무리하게 폐수처리를 맡겨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친족회사에 기술 넘기기 위한 GS의 계획?

구 대표는 와이투가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탈락 이후, 에코메탈 직원으로부터 에이치플러스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특히 에코메탈은 우리가 설명했던 기술을 바탕으로 에이치플러스와 GS네오텍에게 입찰 서류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이 회사 직원을 통해 듣게 됐는데, 이는 결국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자제들이 대주주로 있는 친족회사와 계열사에 우리의 기술을 빼돌리기 위한 시나리오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 사진출처=뉴시스
구 대표가 지목한 회사 에이치플러스이엔지는 환경설비 등을 영위 하는 곳으로 지난 2003년 설립됐다. 이 회사의 지분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서홍씨가 9.9%, 차남 허자홍씨가 75.1%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2008년 경 GS칼텍스가 발주한 사업을 편법적으로 수주했다는 특혜의혹에 휘말려 한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구 대표는 이와 함께 이번 기술 도용을 주도한 것이 GS칼텍스 홍모 부사장이라고 주장했다. 와이투가 폐수처리 상세기술을 설명했던 자리를 만든 인물이 홍 부사장이라는 것.

구 대표는 “당시 설명회 자리에서 홍 부사장이 직접 우리에게 명함까지 건네줬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불법적 기술도용 행위는 GS칼텍스 본사 주도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계열사 밀어주기를 금지하고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전경련의 수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발언 이면에서 계열사들이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와이투는 에코메탈과 GS칼텍스를 기술도용 등의 혐의로 춘천지검에 고소할 계획이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에코메탈이 와이투의 기술을 자사의 폐수처리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해명한 점을 근거로, 선경워텍에 그간 폐수처리를 위탁해온 에코메탈을 울산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에코메탈의 말대로라면 에코메탈은 선경워텍이 자사의 폐수처리가 불가능한 와이투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폐수처리를 위탁해 선경워텍이 폐수를 무단 방류케 하는 사태를 촉발시킨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에코메탈 “와이투의 생트집”

하지만 에코메탈은 와이투의 주장이 모두 추측에 의거한 허구이자, 생트집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에코메탈 관리기획본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와이투의 주장은 단 0.1%의 진실이나 근거도 없는 허황된 의혹 제기”라며 “사업자 선정은 공정하고 합법적인 경쟁 입찰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와이투가)경쟁 과정에서 떨어지니까 이에 대한 불만을 품고 괜히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 GS에코메탈 로고
이어 “와이투는 에이치플러스가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주장하는데, 아직 기술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로 어떤 업체를 선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어느 업체가 선정됐다고 공개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추후에 에이치플러스나 GS네오텍 등 GS와 관련 있는 회사들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럴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애초부터 GS의 계열사나 친족회사에 기술을 넘기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했다는 와이투의 주장에 대해선 “전혀 근거가 없는, 말 그대로 추측성에 의거한 허황된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며 “모든 절차는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홍 부사장이 이번 일을 주도했다는 와이투의 주장에 대해서도 “홍 부사장은 폐촉매를 처리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 알아보기 위해 회사 관계자의 입장에서 사업설명회에 ‘참관’ 했던 것일 뿐, ‘주관’한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와이투가 제조한 폐수처리 시설을 사용하는 선경워텍에 여태껏 업무 위탁을 맡겨왔으면서, 현재는 ‘와이투의 기술은 당사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선 “선경워텍의 폐수처리 시설이 와이투의 것인지 몰랐다”며 “선경워텍은 관련법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설립된 폐수처리 업체이고, 에코메탈이 GS에 인수되기 전인 ‘다우메탈’ 시절부터 업무를 위탁해왔던 곳이라 계속 이용했을 뿐, 이제 와서 말을 바꾼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 회사 내부에서는 와이투가 너무 허황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 대응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와이투는 자신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구 대표는 “만약 우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 고소를 비롯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어도 좋다는 입장을 에코메탈 측에 전달한 상태”라며 “힘없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는 대기업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반드시 사라져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와이투는 소장 작성까지 모두 완료한 상태로, 이번 주 내로 관할 검찰에 이를 접수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술도용을 둘러싼 이번 사건의 진실은 향후 검찰의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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