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vs 포스코건설 ‘집안싸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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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vs 포스코건설 ‘집안싸움’ 왜?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2.05.21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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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피보다 진하다?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최근 ‘파이시티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는 포스코가 이번엔 ‘집안싸움’에까지 휘말려 신음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건설 중단과 관련한 책임을 두고 모기업인 포스코와 계열사인 포스코건설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공사중단에 대한 책임의 70%를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와 포항시 세 곳 모두 각각 1/3씩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거센 외풍을 힘을 합쳐 이겨내야할 포스코가 외려 내홍으로 분열 위기에 놓였다며 쓴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힘겨루기를 벌이며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포스코의 현 상황을 <매일일보>이 들여다 봤다.

新제강공장 건설 중단 책임 두고 포스코-포스코건설 간 공방
피해액 무려 5000억원…파이시티 사태 이어 집안싸움 ‘골치’

포스코와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5000어억원의 피해액을 놓고 집안싸움에 휘말려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건설 중단에 대한 피해보상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며 공방을 벌이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업비 1조4000억원, 매년 생산량 465만t 규모가 예상되는 신제강공장 건설사업이 한 집안 간 ‘네 탓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집안 간 네 탓 공방

신제강공장건설 사업은 지난 2008년 6월 착공해 당초 지난해 9월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공정률 95%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2009년 7월 포항 6항공전단이 “비행안전구역 제한 고도를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 공사가 중단됐다.

중단된 공사는 국무총리실의 절충으로 1년6개월 만인 작년 1월 재개돼 3월 완공됐지만,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활주로 이전 비용 1000억원, 조업 손실 등 모두 50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며 포스코건설이 70%, 포항시가 20%, 포스코가 10%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에 고도제한 문제를 보고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스코·포스코건설·포항시 모두 3분의 1씩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서로 간 입장차이가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경우 법적인 공방으로도 비화되는 집안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책임 공방이 업계의 빈축을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파이시티 로비 파문과 관련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이름이 연일 구설에 오르는 가하면 이 같은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파이시티 사업에 포스코 건설이 끼여 있어 포스코나 포스코건설 둘 다 입방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응집하진 못할망정 집안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 포스코 정준양 회장

파이시티로 ‘집안 몸살’까지

실제로 집안싸움이 아니라도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파이시티 사태로 종일 시끄럽다.

검찰은 17일 파이시티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에게 사업권 포기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져져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조짐이다.

앞서 이정배 전 파이시티·파이랜드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의 새 시공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정권실세가 개입했다"고 진술했으나, 포스코건설은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정준양 회장은 처음 포스코 회장에 선임될 당시 파이시티 개발 비리의 중심에 있는 정권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입김이 작용됐다는 설도 있어,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도 붙어 있는지라 두 집안은 사실상 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영준 전 차관은 지난 2009년 정준양 회장이 포스코 회장에 선임될 때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꼽혀왔다.

정준양 회장은 파이시티 비리 의혹에 이름이 연일 거론되면서 리더십마저 휘정거리는 상황인데다 포스코건설은 파이시티 입찰과 관련해 비리 의혹에 휩싸여 두 집안이 신제강공장 책임 공방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면 자금 손실도 손실이지만 이미지 실추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건설 윤석만 고문

포스코vs포스코건설 “집안싸움 몰아가지마”

여론의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양측 모두 이번 공방이 집안싸움으로 확대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포스코건설 측은 "언론에 나온 타사와의 책임공방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노사와 협의 중이며 현 상황에선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협의해 나가느냐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포스코 건설과 입장이 같다”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포스코 역시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내부조율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제강공장 건설 피해 책임에 따라 가뜩이나 파이시티사태로 얼룩진 두 경영진에게도 책임 비율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모두 “이번 일과 파이시티 사태를 연결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신제강공장건설 피해 책임과 파이시티 사태를 몰아가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한편, 파이시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오후 2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사전에 시공사로 내정됐다는 문건이 새로 드러나 수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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