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임기 마지막 5·18기념식까지 불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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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임기 마지막 5·18기념식까지 불참…왜?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2.05.1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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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해 참석한 이후 계속 불참…문제삼자 기념사까지 취소

[매일일보 김민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공식 기념행사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4년 연속 불참한 가운데 대통령 기념사까지 공식행사에서 빠졌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제32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5·18 및 4·19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지만 기념식에 앞서 이 대통령이 불참키로 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5·18 관련 단체들도 대통령이 “민주영령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 대통령이 불참했던 지난해까지 기념식에서는 총리가 기념사를 대독했으나 이날 기념식에서는 이마저도 빠져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대선 후보 시절 추모식장 파안대소에 상석 밟기 문제행동 지적

취임 첫해 기념식부터는 ‘님을 위한 행진곡’ 삭제 논란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공식 기념행사인 5·18민주화운동 32주년 기념식에 불참했다. 지난 2009년 이후 4년 연속이다. 더구나 지난해까지 국무총리가 대독해 왔던 대통령 기념사까지 올 해는 공식 식순에서 통째로 빠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임기 말 마지막 기념식만큼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광주 지역민들의 바람도 무참히 무너졌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인식의 정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각계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첫 해인 지난 2008년이 유일하다.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에도 참석하긴 했으나 대통령 자격으로는 단 한차례다.

대선 후보였던 2007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추모식장 내부에서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사진이 찍히고 묘지 상석을 발로 밟는 등 ‘문제 행동’을 일으켜 논란을 일으켰던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딱 한 차례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2009년부터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까지 계속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단 한 차례의 참석이었던  2008년 기념식의 경우, 행사장 주변을 원천봉쇄하는 식의 과도한 경호로 인해 행사의 주인공인 유족들의 행사참여 마저 무산되는 등 논란을 낳았으며, 기념식에서 부르던 '님을 위한 행진곡'이 삭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올해는 이 대통령이 임기 마무리를 앞둔 마지막 기념식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참석 여부가 주목됐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삭제 파동이나 ‘묘역 상석’ 밟기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는 대통령이 5·18과의 악연(?)에 매듭을 짓는 차원에서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18일 5·18민주화운동 제32주년 기념식에는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제3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기념식장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 내빈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공석 이상의 의미

이 대통령은 지난해 김황식 총리가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큰 분수령인 광주의 오월을 기억하고, 그 높은 뜻을 함께 나누기 위해 5·18민주묘역에 모였다”며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6월 민주항쟁의 유산을 이어받아 우리 국민 모두가 명예로운 성취를 이뤘다”고 강조한바 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대통령의 기념사 대신 총리의 기념사가 식순을 차지한 것.

이에 대해 지역 언론매체들은 “대통령이 국가 지정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공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비춰지는 5·18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 역사 기록물 가운데 유일하게 5·18기록물이 유엔 유네스코 세계기록물 유산에 등재됐고 동남아나 아프리카 민주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전세계가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현 정부는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지난 2009년, 2010년, 2011년에 이어 올해에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민주화에 대한 대통령의 천박하고 오만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말까지 5·18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이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민주영령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기념식 불참에 대해 “(불참에)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해명은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과 태도가 얼마나 인색하고 천박한지 여실하게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민은 광주영령의 뜻을 되새기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광주의 ‘광’자, 민주의 ‘민’자도 떠올리기 싫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오늘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고 기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5월 광주의 정신을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분명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극한 대립과 투쟁, 갈등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5·18 관련단체들과 행사위원회 등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5·18 희생자가 국가 유공자로 예우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참석치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정수만 회장은 “최근 이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해 민주화 운운했으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민주화운동의 세계적인 모델인 5·18민주화운동을 홀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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