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새로운 고민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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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새로운 고민 엿보기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04.2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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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을 찾으려다 보니…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에게 요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회사를 둘러싼 위기를 극복하고 새 출발 하려던 계획에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우리나라 금융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추앙받던 박 회장은 2000년대 말 들어 예전만 못한 사업성과로 리더십에 큰 위기를 겪어왔다. 손대는 사업마다 말썽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경쟁사였던 삼성자산운용에 1위 자리를 내줬고, ‘박현주 신화’만을 믿고 거액을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은 올해 초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합병해 글로벌 운용사로의 도약을 선포했지만, 이 과정에서 탈이 나고 말았다. 합병으로 인한 조직개편 과정에서 ‘부당해고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미래에셋 창사 이후 부당해고 논란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기를 기회삼아 심기일전의 자세로 나아가려던 박 회장의 앞길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날아든 셈이다.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자산운용사 합병한 미래에셋, 창립 이래 첫 부당해고 구제신청 발생
직원에 애정 많다던 박 회장 명성 ‘흔들’…미래에셋 “부당해고 없었다”

미래에셋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당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일하던 근로자 A씨는 지난달 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합병 이유는?

앞서 미래에셋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합병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래에셋은 합병 이유에 대해 정통 주식형 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부동산·채권 등을 담당하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하나로 통합해 해외 진출 등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이전부터 염원해온 글로벌 종합 금융 그룹사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근 4년간 지속돼온 미래에셋의 부진한 사업 실적에 위기감을 느낀 박 회장이 쇄신을 위한 메스를 들이댔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운용업계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운용자산 규모면에서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1위 자리를 고수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러나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당시 국·내외 펀드에서 무려 7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삼성자산에 왕좌를 넘겨주게 됐다.

물론 이듬해 다시 1위의 위용을 되찾긴 했지만 잠시 뿐이었다. 이후로도 실적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또 다시 삼성에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삼성보다 운용자산 규모에서 4500억원 뒤쳐져있다.

이 같은 실적악화에 업계 안팎에선 박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자들은 금융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추앙받던 박 회장의 명성을 철떡 같이 믿고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봤기 때문이다.

금 가기 시작한 박 회장 명성

박 회장은 지난 1997년 샐러리맨 생활을 정리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했다. 당시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가 요동치던 시기였기 때문에 누구도 성공을 보장하진 못했지만, 박 회장은 빼어난 안목과 판단력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1998년 말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해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성공시켰고, 2005년 SK생명보험을 인수해 현재의 자산운용과 증권, 생명보험으로 짜인 금융그룹으로의 위용을 갖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박 회장의 말이 곧 투자공식이 될 정도로 신망이 두터워졌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본격적으로 삐걱이기 시작한 때부터 박 회장의 명성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미래에셋 실적 악화와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던 ‘인사이트 펀드’와 관련해선 그 해 국감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조문환 의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기준도 없는 소위 ‘묻지마 펀드’”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이에 박 회장은 부동산 사업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그의 안목은 예전 같지 않았다. ‘역시 박현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과를 내는 듯 했으나 낭패를 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를 동아시아 금융 인프라의 중심으로 만드는 파크원 사업에 투자했다가 시행사와 땅 주인간의 갈등으로 수년 째 답보상태에 놓여 손실이 불가피하고, 서울 세종로 옛 금강제화빌딩 일대에 지으려던 그룹 통합사옥도 전 시행사와의 마찰 및 문화재 발굴 등으로 첫 삽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다 결국 지난해 을지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울러 미래에셋은 2008년 초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래에셋D&I를 설립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미래에셋컨설팅에 흡수한 데 이어 2008년 9월 미래에셋컨설팅에서 인적분할한 KRIA 역시 2년도 안 돼 다시 흡수합병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존립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자산운용분야에서도 손실은 계속됐다. 이에 박 회장은 올해 초 주요 일간지 광고면을 통해 편지 형식의 사죄문을 써 새롭게 도약할 것을 약속했다.

내부적인 문제까지?

결국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합병은 이 같은 과거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쇄신 차원의 결단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합병을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판단하며 인력이 겹치는 분야에 대한 정리해고 칼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미래에셋 측은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 했지만, 이번 부당해고 논란이 일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특히 승진한 임원들이 3개월 만에 사퇴하는 일도 발생했는데, 일각에서는 회사로부터 상당한 사퇴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사원들의 채용에 직접 관여하고 그들의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남다른 직원사랑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의 명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의 합병으로 인해 내부 분위기나 결속력이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부당해고 논란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초 연봉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퇴사하는 일이 있었지만, 회사에서 강제로 퇴사를 압박하거나 정리해고를 진행한 적은 없었다”라며 “승진 된지 얼마 안 된 임원이 퇴사한 이유도 그 분이 대학 교수직 제의를 받아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합병이 되다보니 외부에서 보기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우려를 나타내는 것 같은데, 사측에서 부당한 강요를 한 적은 절대 없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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