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곱하기 ‘쇼’는 결국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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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곱하기 ‘쇼’는 결국 ‘쇼’?”
  • 매일일보
  • 승인 2008.07.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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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가만히 두고 차관 교체? 결국 ‘소폭’ 정면 도전인가…야권 ‘소통 정치’ 아닌 ‘오기 정치’ 강력 반발

▲ 이동관 청와대대변인이 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감사원장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발표 하고 있다. 청와대는 감사원장으로 김황식 대법관을 내정했고, 국무위원으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 안병만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농림수산부장관에 장태평 전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임기 남겨놓은 대법관, 감사원장에 임명…국민 무시하는 대통령의 오만함 엿보여”
“내각개편 한달 미뤄오던 정부, 슬그머니 ‘두세 명 교체’로 꼼수, 국민 우롱하겠다?”

[매일일보] 이명박 대통령은 7일 신임 감사원장에 김황식 대법관을 지명하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는 안병만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장을 내정하는 등 ‘소폭’의 개각을 단행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장태평 전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발탁됐다.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나머지 장관들은 유임됐다.

이로써 지난 달 10일 쇠고기 파동 등의 책임을 지고 내각 총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27일 만에 개각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김황식 감사원장 내정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광주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하는 등 재판업무와 조직관리 능력을 두루 겸비한 법조인으로서 ‘사법행정의 달인’이라는 별칭을 받을 정도로 행정능력을 발휘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한국행정학회장, 한국외국어대 총장, 한국대학총장협회장을 거쳐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일해왔으며,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역임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는 경기도 광명시장을 거쳐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3선(16-18대) 국회의원으로 여성 최초의 행정고시 합격, 민선시장 경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민통합특별보좌관에 김덕룡 전 의원을 임명했고, 언론문화특별보좌관에 이성준 전 한국일보 부사장을 발탁하는 등 일부 대통령 특보단을 신설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는 한국노동연구장을 지낸 김대모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이밖에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 김동수 기재부 차관보를,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 신각수 주 이스라엘 대사를, 황해도지사에 민봉기 인천광역시 지방행정동우회장, 함경남도지사에 한원택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명예교수를 발탁하는 등 차관급 인사도 단행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에 김정기 선문대 부총장을 임명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개각은 지난 6월 20일 대통령실장 및 수석이 전면 경질된 데 이어 정부의 면모를 일신함으로서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을 심기일전의 자세로 극복해나가자는 차원에서 단행된 것”이라고 개각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총리가 유임되고, 개각 폭이 작은 이유는 정부출범 초기 국정 현안 점검과 총선, 쇠고기 파동 등으로 내각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서 총리가 한번 더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의미”라며 “또 국정의 연속성과 안정성, 고유가 등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 여건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과 관련해 “각료를 너무 자주 교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이미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통령실장과 수석이 전원 사퇴하면서 가닥 잡힌 것”이라며 “기획재정부 차관을 경질한 것은 환율 등 기조 설정에 문제 있다는 지적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덕룡 국민통합특보와 이성준 언론문화특보 등 특보직 신설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이 같은 특보들이 있었고 대통령령에 2명 둘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비상근이고 각 분야의 원로로서 자문 역할을 하게 되며 조직을 갖추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27일 만에 꺼낸 카드, 고작 ‘소폭 경질’ = 이 대통령이 7일 내각 총사퇴 27일 만에 꺼낸 개각 카드는 결국 문제장관 3명을 교체하는 ‘소폭의 경질’이었다.

애초 국정쇄신 차원에서 총리 교체를 포함한 대폭적인 개각 카드를 검토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개각 요인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쇄신’보다 ‘국정 안정성’을 중시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 파동의 당사자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경질하고, 모교 지원금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교체했다. 여론 악화의 장본인인 3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선에서 방호막을 치면서 대폭 개각의 요구를 비켜간 것이다.

특히 국정쇄신의 상징적인 자리인 한승수 총리와 환율 정책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국정쇄신은 청와대 전면개편으로 일단락됐다”는 청와대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전날 선출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교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강만수 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고유가 등 경제불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드러냄과 동시에 새 정부 경제팀의 ‘성장 중심’ ‘민생 안정’의 투트랙 전략을 놓지않겠다는 국정운영 정면 돌파의 의지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체제가 조직을 추스르기도 전에, 또 여야 간 등원 협상이 무르익기도 전에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띄는 것 자체가 부작용으로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G8확대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8일부터 9일까지 1박2일간 일본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 스케줄을 감안하더라도 개각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야당이 등원 조건으로 내건 쇠고기 파동 국정조사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등 현안과 맞물리면서 청와대가 국정쇄신 요구를 거부한 듯한 인상을 남김으로써 야당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데 그친 생색내기용 개각”이라며 “내각이 총사퇴했던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고 혹평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날 야당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강만수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는데 보란듯이 강 장관을 유임한 것은 ‘소통의 정치’가 아니라 ‘오기의 정치’의 부활”이라며 “장관은 가만히 두고 기획재정부 차관 정도를 교체하면서 개각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우스운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 한승수 총리 왜 유임?…능력·정국안정·경제난 대처 다목적카드 = ‘쇠고기 파동’의 여파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지면서 그동안 거취 문제에 관심이 집중됐던 한승수 국무총리는 결국 유임됐다.

대통령실장과 더불어 총리 교체 여부에 따라 개각 폭의 체감도가 결정되는 만큼 그동안 ‘총리 유임론’과 ‘교체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당초 인적 쇄신의 상징적 의미가 배가된다는 점에서 교체론이 검토됐지만 ‘한 총리 이후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면서 결국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그간 총리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비롯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최인기 통합민주당 정책위의장, 강현욱 전 전북지사, 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이다. 정파와 지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후보군이 총리 물망에 올랐지만 인선에 난항을 겪으면서 한 총리가 유임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전문 관료로서 한 총리의 능력이 인정돼 유임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모두 4명의 대통령과 함께 일한 관록의 행정가라는 점이 유임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한 총리는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 국민의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총회 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학자에서 전문 관료로의 변신에 성공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화려한 학계, 관계 이력에 유엔 기후변화특사 이력이 더해지면서 ‘자원외교형 총리’로 부상했지만 ‘쇠고기 정국’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교체론이 대두됐다.

한 총리 개인의 능력 외에 청와대가 유임 이유로 든 것은 ‘국정의 연속성’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쇠고기파동으로 내각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점을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에 한 총리가 다시 한 번 책임을 지고 하도록 한 것”이라며 “국정의 연속성과 어려운 국내 경제 여건도 고려했다”고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활동 반경을 대폭 줄인 이명박 대통령 대신 공직 사회와 대국민 접촉도를 높일 인물로 한승수 국무총리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야당, “생색내기용 개각 불과…전면 개각해야” =
야당은 7일 청와대의 개각 발표와 관련,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며 전면개각을 촉구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경제팀을 바꾸라고 했는데 기획재정부 차관 정도를 교체하면서 개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기를 남겨놓은 대법관이 감사원장에 임명되는 이런 희한한 일도 있다”며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오만함이 엿보이는 오만한 개각”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경솔하고 무사태평한 인사”라며 “국민 앞에 반성과 쇄신의 뜻으로 거국 내각 정도의 전면 개각을 해도 민심 수습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슨 배짱으로 소폭 개각을 했는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정도의 개편으로 그칠 것이었다면 왜 한달 전에 전원 사표를 받아놓고 즉각 반려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헌법상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고, 고환율 정책, 물가.유가 폭등을 부채질한 경제팀을 비롯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을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정과 국회의 정상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한 달 가까이 내각개편을 미뤄오던 정부가 이제 와서 슬그머니 ‘두세 명 교체’로 꼼수를 부리며 국민을 우롱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 부대변인은 “이번 내각개편은 이명박 정부 국정기조의 전면전환을 위한 개편이 되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국정안정과 국회정상의 의지가 있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눈속임과 꼼수로 장난질치는 일을 더 이상 그만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본질을 외면한 분위기 전환용일 수는 있겠으나 현재의 촛불 국면이나 경제위기 국면을 타개할 개각은 아니”라며 “이미 청와대와 내각이 모두 사임하겠다고 사표를 냈던 것은 쇼에 불과했느냐”고 비난했다.

신 대변인은 “이번 개각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도 없을 것이고 경제위기 국면을 돌릴 수도 없을 것”이라며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박연대 송영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현재 경제 난국을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당초 초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제 각료의 개편은 이루어졌어야 했다”며 “그래야만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를 국민이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이번 개각은 국민 눈 높이에 맞추어 국민 바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개각에 대해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 시민단체 “국정쇄신 바라는 국민 무시” =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논평을 내고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무시한 개각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이번) 개각은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철저히 무시한 채 단행됐다”며 “시대 흐름에 부합할 수 있는 인물로 내각을 다시 구성해서 출발하라는 민심의 흐름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국민의 최소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대책도 세우지 않은 정부가 3개 부처 장관 경질로 국면을 전환해 보겠다는 의도”라며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도 이날 개각에 대해 이 대통령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바른사회는 “청와대의 개각 발표는 정부가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도덕성과 업무 관련 청탁 등을 이유로 국민과 여론의 지탄을 받아 진작 해임됐어야 할 일부 장관들을 골라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세계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수출 지향적인 고환율 정책을 사용함으로써 고유가와 이중고를 국민들에게 떠 앉긴 경제라인의 유임은 국민들이 느끼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경제 난국의 책임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 없이 국민들의 신뢰 회복도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강 장관을 유임시킨 채 차관만을 경질한 것은 새로운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 구축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희생양을 내세우는 정도로는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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