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2코리아, 한국 떠나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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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K2코리아, 한국 떠나려는 이유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2.03.26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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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3위·고용창출 100대 기업·22% 배당성향…뭐가 부족해서?

[매일일보=김경탁·권희진 기자] 국내 아웃도어 업체 3위이며 지난 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도 선정된 K2코리아(이하 케이투)가 생산직 직원 전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생산공장이 5월부로 폐쇄되면서 그동안 케이투 제품에 붙어있던 ‘메이드 인 코리아’ 마크가 사라지고 6월 생산제품부터는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 마크가 붙여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와 ‘정리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측 간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던 케이투 노사 분쟁은 지난 22일 오후 극적 타결되는가 싶었지만 노조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케이투는 정영훈 대표이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22.8%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보일 정도로 승승장구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업성을 자랑해 온 터라 갑작스러운 생산공장 이전 배경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2002년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국세청의 양해 하에 1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10년에 걸쳐 분납했던 정영훈 대표이사가 세금을 완납하자마자 생산직 전원 해고라는 충격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더욱 의문을 키우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 회사의 생산공장이 서울 알짜배기 땅에 자리잡은 점에서 공장 인근에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막대한 수익성에 경도된 경영진이 생산공장을 없애고 부동산개발 수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 “저임금에 산재 포기하고 몸 바쳤는데 공장폐쇄라니…”

사측, 1개월치 임금으로 입 닦으려다 반발 크자 1년치 제시

정영훈 대표, 10년에 걸친 상속세 분납 끝나자마자 공장 폐쇄

공장 인근 유사규모 토지 개발이익 1천억 소문에 눈 돌아갔나?

▲ 정영훈 대표이사 (케이투 홈페이지 자료 사진)
명퇴신청 안하면 “위로금도 없다”

1972년 설립된 아웃도어 토종브랜드 케이투는 2000년대 중반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히 확장되면서 지난 10년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20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 매출액이 4천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케이투는 “등산화의 품질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라는 명분을 내걸고 기존 가동 중이던 국내 공장을 5월31일부로 폐쇄, 국내 생산부서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해 6월부터 공장 가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이하 화섬연맹)에 따르면 케이투 사측은 3월8일 신발생산직 근로자 93명 전원에게 “5월31일자로 공장 폐업에 앞서 정리 절차를 진행한다”는 안내문을 발송하고 “명예퇴직 신청시 1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주겠다”는 ‘1차 통보’를 보냈다.

이런 사측의 통보에 대해 케이투 전 직원은 거부의 뜻을 모으고 전국화섬노조 K2코리아지회를 설립해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신생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기커녕 ‘1개월치 임금’으로 내걸었던 위로금을 ‘1년치 임금’으로 상향하면서 “이달 말까지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위로금을 지급하겠지만 신청하지 않을 시 위로금조차 지급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화섬연맹 임영국 사무처장은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해고통보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케이투는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정당한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불법적 정리해고를 진행하려는 부도덕한 기업이다. 빠른 시일 내 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특히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는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될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케이투는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케이투는 불과 한 달 전인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각종 대출금리 우대, 세무조사 면제, 3년간 근로감독 면제 등의 혜택까지 받고 있다.

‘K2 정리해고 철회와 고용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K2 공대위)는 “케이투가 현재도 사무직, 서비스직, 판매직 등은 채용공고를 내고 신규인원을 선발하고 있다”며 “사측의 기업 윤리의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K2공대위에 따르면 케이투는 지난 10년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20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쾌속성장 중이지만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생산직 직원들의 근무 환경은 열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생산직 여성 직원의 경우 기본급 77만원, 직무수당 20여만원인 최저임금수준에 최저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었다.

남녀직원 할 것 없이 각종 접착제 및 세척제 등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으며 고질적인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산재신청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10여년이 넘게 근무해 온 직원이 대부분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 고용장출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
단체교섭 대신 개인면담 “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참고 근무하던 생산직 직원들이 뭉쳐서 들고 일어나 노조를 만들고 투쟁에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생산직 전원에 대한 정리해고와 함께 국내 공장의 인도네시아 이전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퇴직위로금을 1개월치 임금에서 1년치 임금으로 조정하는 등 돈으로 반발을 무마하려던 사측은 본지를 비롯한 언론매체들의 취재가 시작된 후 “기존 생산 공장의 근로자를 최대한 고용 보장하겠다”고 한 발짝 물러났지만 노조는 사측의 입장변화에 진정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케이투는 기존에 가동 중인 국내 공장은 5월31일부로 폐쇄하고 해당 근로자 93명은 오는 26일부터 개인 면담을 거친 후 인력 재배치를 통해 최대한 고용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단체 교섭을 거부하고 개인 면담을 고집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측의 수정 발표가 나온 후 전국화섬노조(위원장 신환섭)는 “회사는 노사관계의 신의 성실 원칙부터 무시했다”며, “정리해고 통보가 철회된 것인지 부터 명확히 하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교섭 하루 만에 사측이 ‘조합원 개별 면담’을 진행하겠다는 일방적 방침을 각 언론사에 보내 애써 마련된 노사 대화는 뒷전으로 밀어버렸다”며 “이는 노사갈등을 풀어가고자 기대했던 조합원은 물론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특히 “회사 사정이 어렵지도 않은데 정리해고 칼날을 들이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마치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는 시늉을 내듯이 ‘인력재배치 방침’을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와의 대화 협상을 무시하고 개별면담으로 돌린 것은 노동조합을 와해하고자 하는 첫 순서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울 뿐”이라며, “사측의 일방적 행태에 노조의 대응도 보다 확대된 연대투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속세 다 내자마자 배당잔치

케이투는 지난 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2011년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회사로, 정영훈 대표이사는 2002년 6월 부친인 정동남 전 케이투코리아 대표이사가 실족사를 당하면서 갑작스럽게 회사를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현재 케이투 지분의 74%는 정영훈 대표가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26%는 정 대표의 모친인 성유순씨를 비롯한 특수관계자들 명의로 되어있는 100% 가족지분 회사이다.

경영권을 승계한 2002년 당시 정 대표 지분율은 14%에 불과했고, 2004~2005년 사이 주식 소유권의 대대적인 변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2005~2009년 사이 정 대표 지분율은 72%, 나머지 28%는 성유순 외 특수관계자 명의로 되어있다.

이 회사의 연간 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시작한 2003년(2002년도 분) 이후 첫 현금배당이 이루어진 것은 2010년으로, 당시 중간배당을 통해 액면가의 1.8배인 주당 1만8천원씩, 총 45억원(당기순이익의 11.9%)이 주주들에게 지급됐다.

이듬해인 2011년의 배당성향은 여기에서 두배가 늘어나 당기순이익의 22.8%에 달하는 총 100억원(주당 4만원)이 주주들에게 지급됐다. 즉, 정영훈 대표는 2010년에 32억4천만원, 2011년에 74억원 등 2년 사이에 106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겼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케이투의 실적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올해 3월 말 중 확정되는 정영훈 대표를 비롯한 주주들이 받을 배당금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승계 당시 1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받은 정 대표는 국세청의 양해로 2011년까지 10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했다고 한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피땀 흘려 일한 회사 직원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상속세를 내고, 세금을 거의 다 내자 수백억의 배당금을 챙겨가기 시작했으며, 완납 직후에는 아예 생산직 직원 전체를 정리해고하겠다는 경영자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심정이 어떨지 쉽게 예상이 되지 않는다.

▲ 정영훈 대표이사
공장부지 개발 예상수익…1천억?

이렇게 주주들이 수백억에 달하는 배당금을 야금야금 가져가고 있는 케이투코리아가 국내 생산공장 정리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우선적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서울에 소재한 공장부지를 개발할 경우 따라오게 될 이익잉여금이다.

현재 케이투의 성수동 본사 및 공장용지를 비롯한 보유토지 장부가액은 총 225억3644만9천원으로 기재되어있는데, 토지가격 표기를 자세히 뜯어보면 이상하고 기형적인 부분이 드러난다.

회사가 보유한 대지와 임야의 장부가격은 공시지가보다 높게, 서울에 위치한 공장용지 장부가액은 공시지가보다 훨씬 적게 계상되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계상된 토지 장부가격의 총액은 공시지가보다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이 되어있다.

이는 토지 보유세를 절세하기 위해 토지가격 산정내역을 조율하고 이를 관할 세무당국이 눈감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보유토지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시지가 74억1981만9천원, 장부가액 27억821만원으로 등록되어있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공장용지이다.

공장용지의 위치는 2호선 성수역에서 직선거리 400m가 안 되는 초역세권으로, 인근에 롯데캐슬과 아이파크 등 3.3㎡당 1800만원대를 오가는 고급 아파트촌이 형성되어있다.

케이투 공장 인근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KT성수지사 부지가 총 분양가격 4천억원 안팎에 달하는 아파트로 개발되고 있는데,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기서 생기는 순수익이 1천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케이투 성수동 공장을 개발했을 때 발생할 수익은 1천억원대 이상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이다. 케이투 경영진이 갑작스런 국내 공장 폐쇄를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해볼 수 있게 해주는 실마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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