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제 탓…광우병 파동 송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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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제 탓…광우병 파동 송구스러워”
  • 매일일보
  • 승인 2008.05.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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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미쇠고기 안전’ 주권적 조치 명문화

[매일일보닷컴]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불거진 '광우병 파동'과 관련, "정부가 국민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지금 많은 국민들이 새 정부를 걱정하고 있는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축산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된 것에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무엇보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 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며 "정부는 미국과 추가로 협의를 거쳐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다는 점을 문서로 보장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도 명문화했다"며 "차제에 식품 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 경제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우리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회기 내 처리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경제의 70% 이상을 대외에 의존하고 통상교역을 통해 먹고 사는 나라인데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며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늘고 국민 소득이 올라간다. 무엇보다 3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는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국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통상조건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곧 한미FTA"라며 "물론 농업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미 폭넓은 지원 대책을 마련해 놓았고, 필요하다면 앞으로 추가 대책도 강구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는 지난 정부와 17대 국회가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궈낸 소중한 성과인 동시에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라고 국민적 공감대를 모았던 국가적 과제"라며 "미국은 비준동의안만 통과시키면 되지만 우리는 후속조치를 위해 24개의 법안을 따로 통과시켜야 하므로 우리가 미국보다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17대 국회에서 이미 무려 59차례나 심의했고, 공청회도 청문회도 여러번 거쳤다. 5월 국회를 요청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며 "이제 회기도, 임기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17대 국회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주신다면 이는 우리 정치사에 큰 공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앞둔 소회를 밝히는 과정에서 '반성'의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석 달이 가까워 오는데 그동안 '경제 만은 반드시 살리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일해 왔다"며 "하루 속히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 자랑스런 선진일류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내 탓"이라며 "정부와 함께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해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더욱 매진하겠다.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이제 모두 마음을 합쳐서 앞으로 나아가자"면서 "우리가 힘을 모으면 이 어려움을 어느 나라보다 먼저 극복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야권 “진정성 없다” “본질 외면” “국민 우롱, 야당 협박” 비판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쇠고기 파문을 사과하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한 것과 관련,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현 정국에 대한 본질을 외면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한마디로 본질적 해답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담화”라며 “대국민 사과에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 분노의 원인을 홍보부족과 소통부재, 근거없는 정치공세에 따른 것으로 인식하는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진단이 잘못됐으니 올바른 해답이 나올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은 이쯤에서 끝내자는 것인데 오늘 대통령의 말을 듣고 수긍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약 오늘 담화가 장관고시 강행을 위한 배수진이라고 판단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오늘 담화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한미간 검역주권이 회복되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담보됐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은 반드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을 우롱하고 야당을 협박한 안하느니만 못한 담화”라면서 “잘못된 협상에 대한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와 재협상에 대한 결심이 담겨야 했는데 이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의 요구와는 정반대의 입장만을 반복했고, 거짓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공동대표는 “이번 담화는 광우병 쇠고기 대국민 사기극의 화룡점정으로, 잘못을 진솔하게 드러내기는 커녕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변하며 국민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말로만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자세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신뢰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한미 FTA 비준을 해달라고 하는 건 민주적 발상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 진심 전달에 야권 FTA 협조해야"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저지할 명분이 없어진 만큼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 담화문 발표 직후, "이제 야당이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했다. 청문회, 추가협의, 검역주권 명문화, 영수회담뿐 아니라 대통령 사과를 담은 담화문까지 발표됐다. 이제 야당도 한미 FTA를 저지할 명분이 없는 만큼 나라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조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쇠고기 파동'에 대해 사과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이렇게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국민께 쇠고기 정국의 해법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소중히 생각하고, 국익을 위한 바른길을 선택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라고 야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석 달이 가까워 옵니다. 그동안 '경제 만은 반드시 살리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하루 속히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 자랑스런 선진일류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많은 국민들께서 새 정부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 쇠고기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축산 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의 방침은 확고합니다. 국민 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정부는 미국과 추가로 협의를 거쳐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이 국제 기준과 부합하는 것은 물론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다는 점을 문서로 보장받았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도 명문화했습니다. 차제에 식품 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습니다.

지난 10년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동안, 우리 경제는 그 흐름을 타지 못했습니다. 그 바람에 경쟁국들은 턱 밑까지 쫓아왔고 선진국들과의 격차는 벌어졌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면 영영 기회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하는 그야말로 역사의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는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유가, 식량 그리고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발 금융위기까지 겹쳤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철저히 준비해서 빠른 시일 내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의 70% 이상을 대외에 의존하고 통상교역을 통해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입니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늘고 국민 소득이 올라갑니다. 무엇보다 3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겨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는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국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통상조건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한미FTA입니다. 물론 농업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미 폭넓은 지원 대책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필요하다면 앞으로 추가 대책도 강구할 것입니다.

한미FTA는 지난 정부와 17대 국회가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궈낸 소중한 성과입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라고 국민적 공감대를 모았던 국가적 과제입니다.

미국은 비준동의안만 통과시키면 되지만 우리는 후속조치를 위해 24개의 법안을 따로 통과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보다 앞서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17대 국회에서 이미 무려 59차례나 심의했습니다. 공청회도 청문회도 여러번 거쳤습니다.

제가 5월 국회를 요청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전례 없이 임기 말에 국회를 열어 주신 여야 의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회기도, 임기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7대 국회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주신다면 이는 우리 정치사에 큰 공적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입니다. 저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이제 모두 마음을 합쳐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가 힘만 모으면 이 어려움을 어느 나라보다 먼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난관도 반드시 극복하고, 선진 일류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집시다. 모두 다 잘 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갑시다. 우리는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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