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얼마나 만만했으면…”
상태바
“대한민국이 얼마나 만만했으면…”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8.05.21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한미국 대사 버시바우, 손학규 대표에 불쑥 전화 ‘실망스럽다’ 외교적 결례 ‘충격’

▲ 버시바우씨.
[매일일보닷컴] 이명박 보수정부 출범 이후 강대국의 명백한 ‘내정간섭’이 대한민국에서 발생,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주한미국 대사가 대한민국 제1 야당 지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걸어 시쳇말로 ‘건방’을 떨면서 모욕을 줬기 때문.

자국의 국민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거대 야당 지도자에게 주한미국 대사가 ‘미국의 식민지’라도 되는 마냥 ‘결례’를 범한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해 누리꾼들도 “한국을 얼마나 얕보면 저럴까” “미국은 한국을 단순 하급나라로밖에 취급을 안하고 있다” “저런 것들을 상대로 협상을 하면 어지간히도 좋은 협상을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업보”라는 냉소적 반응이 쏟아지는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21일자 언론보도 등을 요약하면, 주한미국 대사 버시바우씨는 이날 오전 손 대표에게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전화를 걸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 손 대표에 “실망스럽다”고 항의했다. 버시바우씨는 최고위원회의 도중인 오전 10시20분께 한 차례 전화를 건 뒤 11시40분께 다시 전화를 걸어 5분여간 손 대표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5분가량 이어진 통화에서 버시바우씨는 전화 통화의 기본 예의라고 할 수 있는 인사조차 없이, 또한 한미FTA의 한국 국회비준에 대한 협조요청도 없이 다짜고짜 ‘실망스럽다’는 자신의 뜻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들은 이에 따라 외교적으로 주재국 대사가 여당 대표든, 야당 대표든 주요 이슈에 대해 전할 말이 있을 경우 직접 찾아가는 게 상식이며 특히 항의하는 내용을 전화를 통해 전한 것은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큰 결례라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라는 점을 인용, 버시바우의 태도에 커다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한미동맹 복원’ 주장이 거세, 정치권 일각에서 친미 일변도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외세공조의 과거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황당한 사건에 손 대표는 통화 직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오후 국회 현안 브리핑에서 “버시바우 대사가 오전에 전화를 해와 어제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한 사실을 거론하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왜 반대하느냐. 실망스럽다(disappointed) 불안(anxiety)을 야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버시바우씨의 말도 안되는 ‘공격’을 받은 손 대표는 이에 “지금 얘기하려는 게 무엇이냐”고 발끈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가 판단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난국에 처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미 대사가 야당의 입장이나 정책에 대해 야당 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전화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대사로서 나에게 찾아오든 면담을 요청하든 편지를 보내든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차영 대변인은 전했다.

민주당은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가 어떻게 야당 대표에게 불쑥 전화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면서 “내용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심각한 결례”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차 대변인은 즉각 미 대사관에 공식 유감을 표명했다.

차 대변인은 “버시바우 대사의 예기치 않은 입장 표명은 매우 유감스러우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절차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일국의 대사가 야당 대표에게 전할 말이 있으면 사전에 면담을 요청하거나 서한을 보내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 대사 자격으로 FTA나 쇠고기 문제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국내 문제에 대해 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의 정책적 입장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표현한 것도 부적절한 것”이라며 “미 대사는 적절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가간 예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버시바우씨는 “직접 손 대표를 찾아가면 언론에 공개될까봐 전화로 한 것”이라고 민주당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적으로 전화통화를 한 것일 뿐”이라면서 “민주당측이 사적인 대화를 공개한 것에 대해 조금 놀랐다. 손 대표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해 ‘실망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버시바우씨는 또 “그것은 사적인 대화였다”며 “나는 한국 정치인과 사적대화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와 버시바우는 사적으로 대화하는 사이가 아니”라면서 “쇠고기 문제는 미국 대사가 항의하거나 문제제기하는 사적인 대화가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주한미국 대사 버시바우씨는 하루 전인 20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오찬을 함께한 데 이어 국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만나 간담회를 갖고 FTA 비준안 처리를 당부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 건강’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점 때문에 현 정부가 ‘친미정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누리꾼들은 확실히 격분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엄연한 내정간섭이다. 이는 무언의 압박이 아닌 유언의 압박”이라면서 “미국이 한국을 완전 우습게 보고 있다. 격분하는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이고, 가장 격분해야 하는건 국민의 대표인 이명박 대통령 아니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개 대사가 한국을 깔아 뭉개고 있다”면서 “MB가 캠프 데이비드에 가서 얼마나 우습게 보였고 굴욕 외교를 했으면 이런 취급을 받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누리꾼들은 이밖에도 “심히 우려할 수준” “도가 너무 지나쳤다” “이번 소고기 협상이 얼마나 치욕적인지, 미국이 한국을 어떤식으로 보고 협상을 했는지 아주 잘 드러내주는 사건” “하도 저자세 외교로 나가니까 이제 미국도 우리를 하찮게 보고있는 것”이라며 관련기사 댓글을 통해 분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일각에선 버시바우씨의 이번 돌출 행동을 두고 대한민국 국민의 ‘반미 감정’을 일으켜 ‘촛불 문화제’ 등 이명박 정부의 짐이 되고 있는 쇠고기 문제에 따른 사회적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쇠고기 수입 문제가 본질과 다르게 ‘반미 감정’으로 승화(?)될 경우, 친미적 보수 언론들은 ‘한미 관계의 악화’를 강조하면서 보수 진영의 대결집을 유도해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이 같은 의혹을 일축하면서, ‘굴욕외교’라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부시바우의 ‘돌출’ 발언을 통해 한미 관계가 자칫 삐그덕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