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구관이 명관’…성장 보다 분배 중시한 노무현 정부 정책 ‘인기’
親盧 공식.비공식 ‘정치적 응집’…진보진영 재결집, 정치세력 복원 작업 관측
5~6월 공기업 사정 직후 7월 참여정부 실세도 손본다?…친노 “생존 투쟁” 전망
정치권, ‘광장’ 중심으로 2010년 지방선거 전후 신당창당 움직임 시나리오 떠돌아
[매일일보닷컴] “노무현이 다시 부활한다?”
‘친노’ 진영이 재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여야 정치권도 덩달아 분주한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퇴진, 그리고 이명박 정부 탄생으로 인해 ‘지나간 권력’으로 치부됐던 ‘친노’ 세력은 최근 ‘응집력’을 발휘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 보수 언론들의 지속적인 ‘친노세력 죽이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수 언론들은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과 소속 의원들의 무더기 낙선을 근거로 “친노 진영이 사실상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출범 3개월 만에 맞는 이명박 정부의 최대 위기 국면 속에서 성난 ‘민심’이 현 정부를 떠나고 반대로 ‘구관이 명관’이란 속설로 귀결되면서,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했던 노무현 정부 정책으로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친노 진영’도 덩달아 꿈틀대고 있다.
최근 친노 진영은 공식 라인을 통한 접근이 아닌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위축된 친노 진영의 ‘진로찾기’로 해석되고 있다.
여의도 정가는 최근 친노 진영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뒤에도 공식ㆍ비공식적 만남을 수시로 갖는 등 ‘정치적 응집력’을 발휘하는 정황과 관련, ‘진보진영 재결집’과 ‘정치세력 복원’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에 ‘방점’을 찍고 있다.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자부심을 안고 정치개혁의 한 축을 책임졌던 친노 진영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에도 불구 4.9 총선을 통해 ‘화려한 부활’을 꿈꿨으나, 18대 총선 투표결과를 열어보니 친노의 정치 성적표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친노그룹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업자’ 안희정 전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총선에 불출마했고, 진보노선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한명숙, 신기남, 유인태, 유시민 의원 등 골수(?) 친노 진영은 대거 낙마했다.
정치권은 17대 총선에서 운동권과 친노 진영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선 386 출신들이 몰락한 것을 두고, 향후 4년 간 좌파 불씨는 꺼졌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이처럼 극심한 난관 속에서 자칫 시련을 겪을 것만 같았던 친노 진영이 최근 ‘진보 진영’ 안팎을 드나들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친노진영 재기 모색
여의도 정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판(版) 강부자(강남 땅부자) 파동, 쇠고기 파동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빠지며 정권 지지율이 바닥을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총재의 역할론이 커지는 것처럼 친노진영도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현 정국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5∼6월 공공부문(공기업) 사정을 마치는 대로 7월 이후 참여정부 권력 실세들의 비리의혹을 수사할 것이라는 풍문마저 돌면서 친노 진영의 정치 재개 행보는 자신들이 역사 속의 한 페이지로 묻히지 않고 재기하기 위한 힘겨운 생존 투쟁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형주 의원, 유시민 의원, 김태년 의원, 홍미영 의원, 양승조 의원, 유기홍 의원, 안희정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 등 현역 의원 등 친노 인사들 100여 명은 지난 4월 29일 이해찬 전 총리가 주도한 재단법인 ‘광장’의 개소식에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하면서 ‘친노세력의 재집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1월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뒤 18대 총선에 불출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이 전 총리는 3개월의 휴지기 끝에 ‘진보ㆍ개혁 진영의 싱크탱크’를 기치로 내건 연구재단을 통해 대외활동을 재개한 셈인데, 참석자들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 이날 개소식을 통해 참여정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친노 결집’ 혹은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다소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광장’이 대선과 총선을 통해 패배주의로 전락한 친노 진영의 부활을 향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참여정부 전직 장ㆍ차관 및 청와대 비서진을 주축으로 출범했다가 1월 해산한 참여정부평가포럼이 광장과 결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여의도 정가에선 광장을 중심으로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신당창당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이 같은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이들의 공식ㆍ비공식 회합이 비교적 잦기 때문.
통합민주당 내 친노 의원은 20여 명은 ‘광장’ 개소식 이튿날인 30일 한명숙 전 총리가 주재한 오찬회동에 참석했는데, 정가는 ‘청와대 출신 인사’ 그러니까 친노 인사들의 연이은 회동에서 도대체 어떤 얘기들이 나왔는지에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있다.
참석자들은 “총선 후 밥이나 한 번 먹자고 모인 자리”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들이 통합민주당에서 당선과 낙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까닭에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와 향후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식ㆍ비공식 회합 잦은 이유 있다
같은 날(30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4.9 총선에서 출마한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참모들과 일부 수석ㆍ비서관 30여 명도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비공개 만찬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역시 “근황을 주고받은 자리”라고 해명했지만, 모임의 대상도 그렇고 시기적으로 오는 7월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인 만큼, 성격상 향후 ‘세의 재결집’을 위한 예비모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친노 진영의 최근 잇따른 모임이 ‘만약 지향점이 같은 성격에서’ 이뤄졌을 경우, 7월 전대 전후로 구체적인 밑그림 완성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정작 당사자들은 부인하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향’ 그리고 총선 패배 등으로 친노 진영은 구심점을 잃은 채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통합민주당 내 역학구조는 정권이 바뀐 뒤 확실한 ‘대주주’ 없이 손학규계, 구민주당계, 정동영계, 친노그룹으로 분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친노진영의 당내 입지는 크게 약화된 상태.
7월 전대를 앞두고 친노 진영이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결집’을 통해 당내 입지를 강화해야 하고, ‘세확장’을 통해 구체적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진보진영 내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로선 친노 인사들을 하나로 묶을 리더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당내에서 세력을 키우느냐, 아니면 바깥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개혁을 진행하느냐를 두고 친노 진영이 적잖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눈길을 끄는 대표적 인물은 역시나 한명숙 전 총리와 이해찬 전 총리다. 보수진영 일각에선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백성운 후보에게 패한 한 전 총리가 정치권을 떠나 여성ㆍ복지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지만, 진보진영에선 그가 ‘확실히’ 세확장에 힘을 쓰고 있다는 평가다.본인은 부인하지만 친노그룹 여성 인사인 한 전 총리는 이미 당권에 도전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탈락,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가 먼저 “당권에 도전하겠다. 안하겠다”라고 말할 처지가 현재로선 아니지만, 친노 진영의 향후 진로 등에 대해 앞장서 고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7일 한명숙 전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전 총리 뿐만 아니라, 봉하마을에는 친노 진영인 노무현의 사람들이 총선 직후 수시로 다녀가고 있다. 10일에는 이해찬 전 총리가, 11일에는 안희정 전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이 다녀갔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을 향해 이해찬 전 총리에 대해 “이 사람은 아직까지 (대통령) 자격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해찬, 아직까지 대통령 자격 있다”
‘힘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친노 진영이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이후 봉하마을을 중심으로 ‘결집’하자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내부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식을 줄 모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기 몰이도 친노 진영의 부활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한미 FTA 논란 등 여권의 자중지란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기는 이명박 대통령을 넘어선 지 오래다. 노 전 대통령이 재조명을 받을 것이고 실제 국민 상당수가 그를 추억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 와중에 국민도 친노 진영을 다시 되돌아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친노 진영의 세력 확장은 국정파탄의 책임자로 꼽히는 현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진보ㆍ개혁 세력의 현실적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지율 바닥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노무현 죽이기’ 움직임도 친노 진영의 재결합을 촉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수사엔 ‘청와대의 입김’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정부 청산하기’라는 주장 쯤으로 해석되는 이 사안은 ‘공기업 사정’에 또 다른 ‘숨겨진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 속에서 친노 진영의 대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검찰의 공기업에 대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사정의 칼끝이 결국 노무현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세간의 분석은 현재로선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외견상 ‘공기업 비리 수사’이지만, 속내는 ‘과거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들춰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노 진영은 언제쯤 ‘부활’할까. 이와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친노 진영의 ‘단체 행동’을 주문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음 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 시민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을 개설하는 시기와 맞물려 친노 진영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