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 오락가락 어윤대 “난 누구?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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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불안석 오락가락 어윤대 “난 누구? 여긴 어디?”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2.02.24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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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포커스] 실체도 일관성도 없는 KB금융의 ‘M&A 大計’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세계 50위의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KB금융그룹의 수장이 된 어윤대 회장이 최근 ING생명의 아시아태평양부문을 인수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 2010년 취임 당시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에 못 이겨 “향후 2년간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어 회장이 최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관심 대상을 직접적으로 밝히며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다.

어 회장은 당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이후 M&A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권교체기에 맞물려 제기되고 있는 ‘CEO 리스크’는 어 회장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사고 싶다”는 물건 많지만…2년째 아이쇼핑만 계속?
남은 임기 1년 반 불과, 정권 교체시 연임 가능성 ‘0’


올해 초부터 ING생명 아태법인 인수에 관심을 내비쳤던 어윤대 회장이 지난 22일 “ING생명의 아시아태평양부문을 삼성생명과 함께 인수하고 싶다”며 인수 의향을 공식화 했다.

한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등 7개의 아태법인 중 20조8천억원 규모의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 KB금융그룹을 단숨에 생명보험 업계 5위권으로 뛰어오르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락가락 마음 급한 어윤대 회장

그간 KB금융그룹은 자산과 수익의 대부분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비은행 부분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상반기 비은행 이익 비중은 7.9%에 불과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이에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ING의 국내 부문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본 활용과 비은행 부문 이익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어 회장의 ING생명 인수 의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취임 이후 “향후 2년간 M&A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어 회장이 계속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데다, 그가 눈독을 들여왔던 보험, 증권 등 비은행 부문에서 최근 KB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M&A를 성사시킨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시절 “세계 50위 안에 드는 은행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강력하게 ‘메가뱅크론’을 펼쳤지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정치권과 노조의 강한 반발에 M&A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어 회장은 당시 한 해외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비용 절감과 인원 재배치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적어도 30% 이상 높인 이후 M&A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어 회장의 M&A와 관련한 언행은 이후 자주 번복됐다. 어 회장은 지난해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명보험사, 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비은행 부문 비중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1월 초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는 “KB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2년밖에 안됐는데 지금 달리기를 하는 것은 무리”라며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올해 신년사에서 M&A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국내 시장을 말한 것”이라며 “ING생명 매각 방침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 아니니 인수를 추진하면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ING생명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그저 관심을 표명한 정도”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윤대 회장의 ‘CEO 리스크’

▲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하지만 KB금융그룹의 M&A 방침이 이렇듯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어 회장의 ‘초조함’이 담겨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아직까지 내놓지 못한 가운데, 정권교체로 인해 인사태풍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수장 명단’에 어 회장의 이름이 계속해서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리딩뱅크이자 KB금융그룹의 자존심인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1인당 생산성은 6개 주요 은행들 중 가장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정규직원 수로 나눈 은행별 1인당 생산성은 국민은행이 약 101만원으로 신한은행 126만원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자산 총계와 점포수에서 월등한 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이지만 효율성이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약해 여전히 허약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되면서 KB금융지주의 입지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인수 후 하나금융지주의 자산은 KB금융지주 364조원, 우리금융지주의 372조원, 신한금융지주 337조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권교체기에 심한 몸살을 앓는 금융권에서 어 회장은 차기 정권 출범과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내년 7월 만료되는데 MB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꼽히고 있어 정권이 교체될 경우 연임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금융지주사는 오너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주인 없는 기업’이거나 최고경영자(CEO)가 가진 자사 지분이 소규모에 불과해 확고한 지배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사 CEO가 교체되거나 심각한 외풍에 시달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취임 초부터 갈등을 겪어왔던 노조와의 관계 역시 최근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은행권 최초로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철회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주가 및 시총 1위의 은행을 추락시킨 것은 낙하산 경영진의 자질부족으로 인한 경영실패 리스크, 즉 CEO리스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어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외 이사를 직접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제안을 철회하긴 했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원과 소액주주로부터 다시 의결권을 위임받은 후 3월말 주주총회에서 부당한 안건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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