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보신당의 ‘마지막 호소’ 먹혀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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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진보신당의 ‘마지막 호소’ 먹혀들까?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8.04.0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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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2일 앞두고 국회 기자실을 찾은 애타는 이유

[매일일보닷컴] 진보신당이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다름 아닌 ‘정당 기호 13번’을 알리기 위해서 였다.

당 번호가 13번인 진보신당은 그동안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숫자 슬로건조차 없어 애를 태우다 최근 ‘1타 3피’ 등의 슬로건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진보신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낡은 진보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견제할 확실한 진보세력은  진보신당”이라면서 “13번 진보신당을 찍으면 1타3피, 여러분의 1표로 3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며 정당 번호 13번을 호소했다.

또한 기자회견 말미에는 참석자들이 영국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 선수의 등 번호인 13번을 새긴 축구 유니폼을 입고 ‘1타 3피’를 상징하는 피켓을 들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진보신당이 국회를 방문해 ‘정당기호 13번’을 호소한 데는 ‘당 지지율’이 바닥권을 헤메고 있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진보 신당의 경우, 노회찬(서울 노원병) 후보와 심상정(경기 고양덕양갑) 후보를 제외하고는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유권자들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당선자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진보 신당의 지지율은 현재 1~3% 안팎이다. 워낙 낮은 지지율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조차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영화배우 문소리씨의 적극적 지원 등 문화예술계를 망라한 진보진영의 결집 속에서 20~30대를 중심으로 두터운 지지층이 형성되고 있지만, 진보 신당(세력)에 대한 지지율은 타 정당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신생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한 관계자는 “신당을 창당한 것이 3월 16일이고 오늘로 22일이 지났다”면서 “진보신당을 알리기에는 솔직히 너무 짧은 기간”이라고 고백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해 희망을 주는 민생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투표율이 낮게 예상되는 책임으로부터 진보신당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의 고민은 그러나 다른 데 있다. 투표율이 낮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88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9일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당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선거일을 유급휴무로 인정받고 또는 투표하고 출근할 수 있지만 건설 일용 노동자, 유통서비스 노동자, 운수 노동자,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 유권자’들은 사실 선거날 투표장에 가는 것은 무리다. 이들이 투표를 하려면 하루 일당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진보신당은 줄곧 “비정규직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에게 선거일을 유급휴무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제도 개선은 사실상 요원한 상태다.

제도 개선에 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고용주들이 너그럽게 보장해주면 낫지만, ‘생산성’을 강조하는 한국 기업 문화 속에서 그런 발칙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다.

결국 타 정당과의 차별화, 새로운 진보를 외치는 진보 신당 역시 이날 국회를 찾아 ‘정책’보다는 ‘인물’로 승부수를 던지는 안타까움을 보여줬다.

이들은 “17대 국회에서 진보의 대표 주자로 명성을 날렸던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모두 진보신당”이라면서 “서민을 위한 진짜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 아닌 진보신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더 이상 민주노동당이 아님을 강조함과 동시에, 스타급 의원인 두 사람을 믿는다면, 진보신당에 한 표를 던져달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총선이 역대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마자  국회를 직접 찾아, 진보신당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고육책을 동원한 효과가 어느 정도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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