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부회장, 경영능력 ‘구설수’ 오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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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부회장, 경영능력 ‘구설수’ 오르는 까닭은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8.03.2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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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모스크바점 매출 부진 극심 …글로벌 사업 ‘삐거덕’

업계, ‘신 부회장 해외사업과 M&A 경영전략 문제’ 
롯데 “오픈한 지 이제 6개월, 현지 적응기간 필요”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 지난해 9월2일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롯데 모스크바점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진 지난 2006년부터 롯데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업계 안팎에서는 ‘경영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 부회장은 ‘글로벌 롯데’를 진두지휘하며 본격적으로 입지 다지기에 나섰지만 야심차게 추진한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이 최근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등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5년간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롯데지만, 신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최근 2년간 그룹 간판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라이벌 신세계에 밀리면서 명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인수한 우리홈쇼핑 역시 최근 발표한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수치를 나타내면서 신 부회장의 경영 성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롯데 측에서는 신 부회장이 ‘대권’을 넘겨받은 뒤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고,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롯데 모스크바점 오픈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 부회장은 “롯데백화점을 2010년 세계 10위 업체로 만들겠다”면서 “모스크바 백화점 진출을 시작으로 러시아에 레저 식품 할인점 사업 등 향후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고 공격적인 러시아 진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해외진출 1호 백화점인 된 모스크바 점에 대해서도 신 부회장은 “모스크바점은 현지 최고급 백화점으로 꾸며졌다”며 “한국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기본으로 하고 현지 유통업체의 장점을 더해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 역시 올 초 한 공식석상에서 “모스크바점의 고객 1인당 평균 구입액은 을지로 본점을 넘어섰다”면서 “모스크바 인구의 소득수준은 2만불을 넘어섰고, 이곳에 러시아 경제의 20%가 몰려있다”며 모스크바점 운영 상태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롯데 모스크바점 오픈 후 6개월이 흐른 지금, 업계 안팎에서는 모스크바점의 매출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는 모스크바점을 오픈할 당시 국내 첫 해외 백화점 진출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니 당초 기대와 달리 골치 덩어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모스크바점 하루 평균 고객 50명 안팎, 입점업체들 속 타

업계에 따르면 모스크바점에 들어간 국내브랜드 26개 가운데 모피업체와 화장품 브랜드 몇 개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6개 업체가 한 달에 올리는 평균 매출은 고작 2억 원 안팎. 하루 평균 고객 수 역시 백화점 전체를 통틀어 50여명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라고 전해졌다.

일부 매장은 한 달에 한화 100만원 매출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고, 심지어 입점 후 지금까지 제품 판매가 전무한 브랜드도 있다.

모 침대브랜드 업체의 경우 고가의 제품이지만 러시아 현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아이템이라는 이유로 매장 오픈 이후 실적이 거의 없어 결국 지난 2월 초 모스크바 점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점업체들은 적자와 재고가 쌓이고 있지만 투자한 금액 때문에 쉽게 철수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지 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100㎡넘는 대형매장을 내고도 하루 종일 텅텅 빈 상태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의 바잉파워를 가늠하는 일부 명품 브랜드 역시 아직까지 입점하지 않고 비어있는 곳이 많다.

모스크바점 상황이 이처럼 어렵다는 것은 롯데 역시 인정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한 고위관계자는 “모스크바점이 생각보다 실적이 좋지 못하다”면서 “당초 신 부회장도 많은 기대를 했고, 롯데 내부에서도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사람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면이 강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아 백화점 운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의 입점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경우 소수의 업체가 명품브랜드 수입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업체를 통해서만 백화점 입점이 가능한 상황이다. 롯데가 단독으로 일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당 명품브랜드와 독점업체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입점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모스크바점 실적 부진, 사전 조사 미흡 때문’

업계에서는 롯데 모스크바점의 실적 부진은 결국 롯데가 러시아 시장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고, 러시아인의 정서와 문화코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지인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이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상품 등을 구색 맞추듯 갖춰놓고 성급하게 매장 오픈만 서둘렀다는 얘기다.

더욱이 입점업체들의 매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롯데 측에서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에서는 상황이 이런데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롯데가 처음부터 이 지역에 백화점을 세울 계획이었던 것이 아니라 해외의 부동산을 활용하기 위해 한국업체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롯데 모스크바점은 매장의 80% 가량이 임대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롯데 측에서는 입점업체들의 매출 현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보증금과 임대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에서는 당장 매출 신장을 위해 특단책을 마련할 만큼의 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는 모스크바점의 정확한 매출 상황에 대해서도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한 관계자는 “모스크바점은 국내와 다르게 임대형식을 띠고 있어서 정확한 매출을 집계하기 힘들다”면서 “입점 브랜드 가운데 80% 가량은 보증금과 임대수수료를 받고 있고, 한국브랜드 20% 가량만이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또 다른 관계자는 “보증금과 임대수수료 수익은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면서 “판매 수수료에 대한 부분은 해당 업체에 알아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스크바에 백화점을 오픈한 지 이제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매출 부진을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며 “오히려 잘 하라고 북돋워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입점 업체들 역시 6개월 동안 가시적인 성과 달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일단 러시아에 자체 제품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어 “현재 6개월간의 성적만 해도 당초 목표의 85% 가량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모스크바점이 자리를 잡으려면 2~3년 정도의 기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잇따른 실적 부진 신 부회장 ‘경영책임론’까지 거론

해외사업 성공 여부의 큰 가늠대로 여겨졌던 롯데 모스크바점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 사업을 진두지휘한 신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경영전면에 나선 지난 2006년 이후 ‘글로벌 롯데’를 강조하며 굵직한 M&A와 해외사업을 통해 ‘뭔가 보여주려’는 의지를 보여 왔지만 성과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해외사업과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지만 오히려 기존 사업마저 정체를 보이고 있어 신 부회장의 경영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국내 사업역시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5년 동안 국내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오던 롯데지만, 최근 2년간 실적에서 맞수 신세계에 밀려 쓴웃음을 지어야했다.

2007년 두 회사 모두 매출 10조원을 돌파했지만 신세계가 10조1천28억원을 기록해 10조851억원을 기록한 롯데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영업이익에 있어서도 롯데는 7천561억원을 기록해 이보다 100억원 가량 앞선 신세계에 밀렸다. 앞서 2006년에도 롯데는 9조2천9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신세계는 이보다 많은 9조5천5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홈쇼핑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인수한 우리홈쇼핑 역시 ‘기대이하’의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4일 발표된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에서 사명 변경)실적을 보면 지난해 매출액2천420억원, 순이익 393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2006년의 실적에 비해 각각 4.5%, 38.9% 줄어든 수치였다.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면서 롯데의 브랜드 파워와 기존 유통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업계 리더로 자리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라는 브랜드 파워가 홈쇼핑 사업에서 통하지 않은 것이 롯데홈쇼핑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수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던 태광의 비협조와 SO송출수수료 인상 등도 실적 악화에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한지 10년차. 경영전면에 나선지 이제 2년이 조금 넘는 신 부회장. 그동안 공식석상이나 언론에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것과 달리 최근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M&A를 통해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실적 부진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그의 ‘경영책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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