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반비,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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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반비,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 출간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9.04.30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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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 시대부터 부동산 버블까지, 신경인류학이 말하는 우리의 집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우리는 왜 집없이 살 수 없을까? 진화인류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집처럼 편한 곳’이 우리에게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서 집은 여러 가치들이 공존하고 때로는 상충하는 장이다. 집은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인 동시에,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상품이기도 하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의 중심에도 집이 있었으며, 한국에서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규제하느냐는 늘 정책의 핵심문제였다.

한편 집이 상품이 되고 우리 삶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된 상황을 우려하면서, 또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는 집의 본질적 역할에 주목하는 흐름도 등장하고 있다.

존 S. 앨런 지음|이계순 옮김 | 반비 펴냄|368쪽ㅣ18,500원

이런 흐름 위에서 ‘집의 본질’이 무엇인지 밝히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그간 주거 문제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건축가의 입장에서, 사회학의 관점에서 집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한 결과물이었다.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는 앞서 이루어진 이런 논의들에 더해, 과학의 눈을 도입해 집의 본질을 추적한 보기 드문 책이다.

신경인류학자 '존 S. 앨런'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신경과학과 고인류학 연구의 결과물들을 토대로 삼아 집의 진화적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책은 인간은 어떻게 집에서 살도록 진화했으며 인간이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의 정체는 무엇인지 밝힘으로써 ‘인간 종’이라 는 아주 근본적인 차원에서 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내집단은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우리는 주로 가족들과 집을 공유하지만 항상 그런건 아니다. 사실 우리가 우리의 친척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은 유전자 탐지가 아니라 인지와 상황에 기초한다.

때문에 집은 그 자체로 누가 가족이고 가족이 아닌지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일부 노동자들은 현대의 직장을 ‘집처럼 느끼기’ 시작했고, 또 그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느낀다.’ 이것은 단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시간, 근접성, 친밀감은 우리가 집을 느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직장을 느끼게 한다.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계속되는 긴장감의 원천중 하나는 집과 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이것은 관계와 책임에 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장소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수천 년 동안 수렵채집인과 야생인으로 살아왔던 우리의 과거에서 집이 우리 행동권의 주요한 고정점이었고 오랫동안 인간 일상생활의 중심 이었다.

저자는 가장 초기의 호미닌에서 부터 인류 진화의 변천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 여정에서 발견되는 집의 선조들을 찾아낸다. 음식을 가공하고 도구를 만드는 장소였던 본거지, 공동생활의 중심이 되어준 ‘불’을 사용한 흔적, 지금과는 아주 다른 형태로 협력적 양육을 했던 가족의 흔적들이 그것이다.

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영구적인 집”인 ‘묘지’로부터 인간이 집과 맺는 상징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읽어낸다. 네안데르탈인이 정말로 친지를 매장했는지, 묘지를 만들 능력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따져보며, 진화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상징을 다루는 ‘인간다움’이 형성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앨런은 마치 탐정처럼 수만 년 전까지, 유전자 하나하나까지 파고들어가 서 집의 기원을 추적한다. 이 신경인류학자 탐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인 집, 그리고 집에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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