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쓰레기통의 부활을 꿈꾸며
상태바
[기고]쓰레기통의 부활을 꿈꾸며
  •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 승인 2019.04.27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매일일보 김휘규]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과거와 달리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쓰레기통이다. 1995년 1월 쓰레기 종량제가 전격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쓰레기 처리비용의 부과는 정액제 형태였다. 버리는 쓰레기의 양에 상관없이 일정액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감안하여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게 된 것이 바로 쓰레기 종량제이다. 쓰레기 종량제는 말 그대로 버리는 쓰레기의 양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봉투나 대형폐기물 스티커 등을 구매해 사용하게 된다.

벌써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한지도 25년이 되어 간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하게 된 정책적인 노력으로 그 효과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쓰레기 종량제 이후 생활폐기물이 줄고 분리수거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부가적으로 분리수거 확대에 따라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산업에 대한 관심과 성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하지만 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화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점이 많은 쓰레기 종량제이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문제가 공공장소에서의 쓰레기 처리문제이다. 과거에 버스정류장, 공원 등 곳곳에 놓여 있던 쓰레기통이 어느 사이엔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얼마 전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여행하는 것을 소개하는 TV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한 외국인이 다 마신 음료수 컵을 계속 들고 다니는 장면이 나왔다. 옆에 있던 동료가 왜 아직도 그걸 들고 있느냐고 묻자,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없다”고 답변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몇 시간이나 쓰레기를 들고 다니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물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 초기에는 쓰레기봉투 값을 아끼겠다고 집안 쓰레기를 공공장소에 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초기 쓰레기 종량제 정착을 위해서 이러한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처방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자체에서는 공공장소의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문제도 고민해야 만 했을 것이다. 공공장소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채집 및 회수 → 분리 및 이동 → 폐기 및 재활용”의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이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그리 만만한 규모는 아닌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른 비용운영의 효율성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쓰레기 처리는 매립, 소각, 재활용 및 투기의 4가지밖에 방법이 없다. 과거에는 난지도와 같이 쓰레기 매립장을 사용했지만 좁아터진 국토를 생각하면 대안이 필요했다. 게다가 1980년대부터 지속되어 왔던 쓰레기의 해양투기는 2009년 런던의정서 가입이후 2014년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특히 “폐기물재활용”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지역마다 눈에 띄는 자원화 시설이나 재생에너지 생산설비들에 대한 정책예산의 적극적인 투자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가 전체적인 쓰레기 처리에 대한 인식수준 향상, 제도 및 시스템의 정비가 이루어 졌고, 국가 인프라도 확산이 되었다. 특히 요즘에는 지자체에 따라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RFID 등을 이용해 엄격하게 통제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책적인 움직임에 일반 국민들은 쓰레기 종량제를 별로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사례가 종종 발생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가 차원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의 구축에 동참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골목길이나 도로변을 지나면서 쓰레기통이 없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특히 take out 식음시장이 점차 확산되다보니 일상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거리를 지나다 보면 눈에 보이는 쓰레기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특히 도심 중심부 번화가를 가면 곳곳에 쌓아놓은 일회용 컵이나 거리에 수북한 담배꽁초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탓했다. 하지만 지금도 시민의식을 운운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쓰레기통이 없는데 거리의 시민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비용을 감수하고 쓰레기 종량제를 지켜왔다면 이제는 공공에서도 국민들을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이제는 공공장소와 거리에 다시 쓰레기통을 부활시켜도 될 듯하다. 거리에 쓰레기통을 놓아두면 다시 생활쓰레기 무단투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쓰레기통을 없애기 보다는 교육적, 문화적 접근을 통한 다른 해결방식도 고민해 봐야 한다. 게다가 쓰레기 처리도 분명 산업이고 서비스 영역이다. 소비자인 국민이 느끼는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면, 경제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 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