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사석에서 만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년 만에 대선 및 총선이 겹쳐 정치적 현안과 인물에 대해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안철수연구소의 주가 추이다. 지난해 9월 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 직후 회사의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이후 안 원장의 일거수일투족마다 정치적 행보와 관련지어 주가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안 원장의 정치입문과 안철수연구소의 경영실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데도 투자자들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안철수연구소는 시가총액 46위에서 한 때 3위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안철수연구소의 경우는 안 원장이라는 테마열풍의 ‘실체’라도 있어 그나마 양호(?)했다.
지난해 대선 유력주자로 평가되는 한 정치인과 찍은 한 인물의 사진이 어느 회사의 대표이사로 추정된다는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투자가 몰렸지만 이 사진은 결국 합성으로 드러나면서 급락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이는 회사 중 60% 가량이 허우대만 멀쩡한 속 빈 강정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테마주에 투자하는 모든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대부분(?)의 정치 테마주가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그 폭탄이 터지기 직전에 손을 턴 사람이 가장 큰 수익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묻지마 투자 광풍’ 사례와 마찬가지로 ‘내 손에 있을 때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혹은 ‘나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손을 털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정치인 테마주 광풍의 기본토양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테마주 광풍을 바라보면 테마주 광풍에 휩쓸려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의 눈길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선의의 피해자는 생기게 마련이다.
2012년, 대한민국의 향후 100년을 판가름할 선거의 해라는 올해 역시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어김없이 테마주가 점점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하지만 그 열풍에 휩쓸리는 투자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기업투자는 처음도 ‘회사’ 마지막도 ‘회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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