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과다청구…뛰는 차보험료 인상 요인에 애먼 소비자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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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과다청구…뛰는 차보험료 인상 요인에 애먼 소비자만 ‘울상’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4.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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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손보사 요율 검증 완료…“노동연한 연장·중고차 시세하락 보상 확대 탓”
내달 마지막 주부터 보험료 인상…소비자에게 인상요인 전가한다는 비판 제기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11개 손보사들은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기본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11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가 내달 마지막 주부터 줄줄이 오른다. 손보사들은 이번 인상이 육체노동 가동연한 연장, 중고차 가격 하락분에 대한 보상기간 확대 등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료가 이례적으로 1년에 두 차례나 인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11개 손보사들은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기본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앞서 자체적으로 산정한 자동차 보험료 인상률이 적정한지 보험개발원에 검증을 요청한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일부 손보사에 대해서는 요율 검증을 마치고 결과를 회신했으며, 나머지 업체에 대해선 검증을 진행 중이다. 보험개발원으로부터 보험 요율 검증 의뢰서를 회신받은 손보사들은 빠르면 이번주부터 보험료 인상을 위한 시스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상 폭은 1.5∼2.0% 수준으로 알려졌다.

손보업계는 이번 보험료 인상이 육체노동 가동연한(정년) 연장, 교통사고 시 중고차 가격 하락분에 대한 보상 기간 확대 등으로 인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자동차보험의 배상항목 중 상실수익(사망·후유장해로 피해자가 얻지 못하게 된 미래수익)을 계산할 때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노동 가동연한을 올리면 보험금 지출도 늘어나게 된다. 보험개발원은 이로 인해 자동차 보험금이 연간 1250억원 늘고, 보험료도 1.2%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교통사고가 난 차량의 중고가격 하락에 대한 보상 기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 외에 나중에 이 차를 팔 때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부분도 보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출고 후 2년 이하’인 사고 피해차량에 대해 시세 하락분을 보상했는데, 이달부터는 그 기간이 ‘출고 후 5년 이하’로 확대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는 셈이다.

손보사는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시행하는 5월 초에 맞춰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오른 보험료를 각 보험사 시스템에 적용하는데 한 달 정도 걸리는 만큼 빠르면 내달 26일부터 소비자들의 자동차 보험료는 인상될 예정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손보업계는 이미 지난 1월 자동차 보험료를 3∼4% 인상한 바 있다.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이례적으로 1년에 두 차례나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각종 원가 상승, 실업률 증가 등 생활물가는 꾸준히 오르는 반면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까지 오르면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체감물가지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손보사들이 손해율을 방패삼아 비용 절감 노력을 하지 않고 보험료만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보사들이 보험사기, 과다청구 등 근절 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비자에 인상 요인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 대비 9.3% 증가한 7982억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6년 7185억원에서 2017년 7302억원, 지난해 798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손보사들이 보험료 책정의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료 비율)을 근거로 자동차보험료의 인상을 주장하지만 1년에 사고를 한 번도 내지 않는 운전자들 등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사의 손실부담을 전가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손보사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동차보험료는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항이지만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사업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선행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자동차보험료의 인상요인 뿐만 아니라 인하요인도 있어 실제 보험료 인상여부와 수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나섰다. 경미한 손상 시 부품 교체비용 대신 복원수리비 지급 대상을 현행 범퍼에서 7개 외장부품(도어, 펜더, 후드, 트렁크리드 등)으로 확대할 에정이기 때문에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동차보험이 책임보험이 아니어서 차 사고를 많이 낸 사람은 보험료를 최대 500만원까지 내는 등 계약자마다 보험사마다 다르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해외국가들과 다르게 자동차보험에 책임보험이 포함되는 의무보험인 만큼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가격 부담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보험사기 등을 적발하기 위해 보험사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분기(가마감) 주요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악화했다. 삼성화재는 81.5%에서 85.3%로, 현대해상은 80.4%에서 85.0%, DB손해보험은 85.5%에서 86.1%로 높아졌다. 통상 업계에서 적정하다고 보는 77∼7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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