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문 재판관 일색이 과연 다양성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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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친문 재판관 일색이 과연 다양성인지 의문이다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4.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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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것을 빼고 헌법재판관이 돼야 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 단순히 구성원의 (배경) 다양성을 위한 상징적 의미로 그 중요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지난 11일 바른미래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오신환 의원이 당시 이 후보자 및 남편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당 거래 의혹을 금융당국에 고발하기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철회를 권유하며 한 발언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문 대통령은 순방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로 이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결국 청와대는 이 헌법재판관이 주식거래에 대한 마뜩한 해명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다양성 측면에 기여할 인재라는 점을 내세워 합격점을 준 셈이다.

그런데 다양성을 위해 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밀어부친 청와대가 역설적으로 다양성 원칙을 버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임명과 관련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친문재인 정권 성향으로 채워진다"며 "헌재를 손에 쥔 문재인 정권이 사법부 독립을 사실상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교체된 헌법재판관 8명 중 4명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또 이 4명을 포함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과반인 5명이 우리법(유남석 소장 및 문형배 재판관)·국제인권법 연구최(김기영·이미선 재판관)·민변(이석태 재판관) 같은 이른바 진보 성향 단체 출신들이다. 정부가 친정부 성향으로 헌재를 구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에서도 헌법재판소 구성에서 보수 색채가 한층 옅어졌다고 평가하며, 사형제 폐지나 군 동성애 처벌조항 폐지 등 찬반 의견이 명확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이전과는 다른 결정이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헌법소원 사건이나 국가보안법 등 각종 공안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진보적 견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은 헌재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해왔다. 그런데도 헌재 재판관 다수를 야당이 동의하지 못하는 특정 성향 단체 출신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헌재 구성의 다양성 확보 논리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측의 역편향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보인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이다.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의 이념 성향에 따라 헌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옳지 않다. 앞서 지난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던 헌재의 재판관들 8명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을 당시를 기억해 보자. 당시에도 국민 한편에서는 극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탄핵 판결은 대부분 수용했다. 그런데 만약 당시 헌법재판소가 좌편향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헌재 판결의 국민적 수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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