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북미 교착상태 장기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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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북미 교착상태 장기화 예고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4.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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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말 시한 대화' 경고에도 여유만만/ 폼페이오 '연말 이전 비핵화 서두르라' 역공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경제 및 감세 등을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도착,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화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연말 시한 조건부 북미 대화'라는 강수를 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유만만이다. 김 위원장이 당분간 협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이상 대북 제재를 유지한 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그는 최근 추가 대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화는 좋은 것"이라면서도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 "과거 행정부들은 수십 년 동안 북한과 대화를 해왔지만 별 성과가 없었지만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훌륭한 일을 해냈다"며 "내게는 (북미협상을 시작한 것이) 9개월 정도다. 진행되고 있는 많은 건설적인 일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는 그대로고 억류자들은 돌아왔고 미군 유해는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결국 대북 제재를 유지한 채 기다리다보면 북한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여유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엄포가 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는 미국을 비난하며 미국식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에 대해서도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텍사스주 A&M 대학 강연에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대북제재 해제"라며 "제재 해제는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비핵화 대상에 WMD까지 포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 폼페이오 장관은 또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 "누군가가 하는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것(비핵화)이 사실임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검증까지 마쳐야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종전의 강경한 입장 그대로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이 정한 연말 시한 이전 비핵화를 재촉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비핵화 약속을 했고 같은 약속을 나에게도 몇차례 했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결과"라고 했다. 이어 "우리 팀들은 북한과 협력해 우리가 그 지점(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짜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그것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것이 더 빨리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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