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인사청문회의 치열한 대치정국이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 얼마 전 개각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김연철·박영선 후보자를 둘러싸고 여야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들의 임명강행에 따른 갈등이 해소되기도 전에 국회에서는 똑같은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35억원 주식투자 논란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또 다른 정국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다. 정부는 물론 여당까지 ‘이미선 지키기’에 나서며 공방이 치열하다.
청문회 이후 정국은 안개속이다. 보수야당은 이 후보자의 사퇴와 청와대 인사라인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는 더 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듯 ‘이미선 엄호’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임명을 강행한다. 조동호·최정호 장관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청와대 인사라인 책임론이 거세지자 일종의 방어선을 치려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자까지 강행수순을 밟으면 ‘불통 정권’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또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
헌법재판관은 법률의 위헌여부는 물론 대통령 탄핵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지위다. 헌법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라고 불리는 만큼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투자가 무조건 폄훼받을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판사인 이 후보자의 보유 주식이 정당한 거래를 통해 취득한 것인지는 면밀한 검증으로 진실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10일 열렸던 청문회에서 “(검사 재직시) 공무원은 주식을 해서는 안된다고 배웠다. 국민들은 판·검사 정도 되면 고위공직자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알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아마 이것이 보편적인 국민의 정서일 것이다. 국민들의 여론은 이미 부적격으로 기울었다. 1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4.6%는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부적격하다고 답했다. 적격하다는 의견은 29%에 불과했다.
2020년 4월 15일 치러질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현 정권이 같은 인사실수를 반복할수록 국민 정서에 반할 수밖에 없고, 야당의 공격대상으로 자리 잡기 쉽다. 이는 총선이라는 중대한 시기를 앞둔 상황에서 자충수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지난해 열린 6·13 지방선거에서는 남북 및 북미관계의 훈풍 속에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미관계의 교착이 길어지고,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며 여당 내부에서도 마냥 낙관론만 번지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민심의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에서 기대를 거는 ‘정권심판론’이 현 정권의 ‘국정안정론’을 넘어서지 않기를 바란다.
향후 인사문제로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도 더 늦기 전에 손봐야 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위공직자 임명에 있어 더욱 엄중한 잣대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