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처음으로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는 개정안에 임신 14주까지는 임산부의 판단하에 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준을 담았다.
이 대표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낙태죄는 우리 사회가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이자 자기 결정을 할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해왔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절반의 여성독립선언으로, 이제 국회가 여성의 진정한 시민권 쟁취를 위해 이 독립선언을 완성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후 국회에서 발의된 첫 법안이다.
개정안은 현행 형법 27장에 규정된 ‘낙태의 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개정해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을 삭제했다. 이 대표는 “‘태아를 떨어뜨리다’는 의미의 낙태라는 단어는 이미 가치판단이 전제된 용어”라고 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경우 임신 14주일까지는 임부의 요청만으로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3개월 내의 임신중절이 9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 시기의 인공임신중절이 의료적으로 매우 안전한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 대표는 모자보건법상에서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했던 조항을 삭제했다. 이 대표는 “여성을 독립적 존재로 보지 않는 낡은 사고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또 임신 14주부터 22주 사이에는 기존 사유에 더해 임신 유지나 출산 후 양육이 어려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 이밖에 22주를 초과한 기간의 인공임신중절은 임신의 지속이나 출산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도록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