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文중재외교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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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文중재외교 기로에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4.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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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서 남측 고강도 비판/ "미국이 속도조절 南에 강박...과거로 되돌아갈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발표 영상을 방영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 촉진을 위해 조만간 대북특사를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또는 촉진 외교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정은 “남북관계 과거로 돌아갈 수도”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전해진 직후인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우리 정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남조선당국에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 제재압박 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며 “이로 말미암아 우리 앞에는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를 향해 “조성된 불미스러운 사태를 수습하고 북과 남이 힘들게 마련한 관계개선의 좋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그것이 평화와 통일의 의미 있는 결실로 빛을 보게 하자면 자주정신을 흐리게 하는 사대적 근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며 “나는 남조선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판문점 상봉과 9월 평양상봉 때의 초심으로 되돌아와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우리 정부에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개선 중 하나를 택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로 읽힌다.

▮文중재외교에 “오지랖 넓다...제정신 가지라”

특히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비핵화 중재외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을 요구한 것을 두고서는 “선 무장해제·후 제도전복 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리비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체제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이 통할지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조미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써져야 나는 주저 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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