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화마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선조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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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화마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선조들의 지혜
  •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장
  • 승인 2019.04.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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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올해 강원도에 또다시 산불이 일어났다. 2005년 4월 4일 낙산사 산불이 일어난 날과 똑같은 날에 발생했다. 14년 만에 발생한 산불이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낙산사 건물이 화마에 무너질 때 안타까운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강원도 지역은 많은 불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과거에는 목조를 이용해 건축물을 축조하기에 화재에 대한 대비가 더욱 철저히 이뤄졌을 것이다.

2008년 국보 1호인 남대문이 방화에 의해 전소가 되는 아픈 소식이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숭례문 현판이 화재에 의해 떨어져 나갈 때는 국민들의 가슴 또한 내려앉았을 것이다. 이후 문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일깨워져 문화재 접근에 철저한 보안과 방화시설 설비가 갖춰지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목조건물이 주요 건축자재로 활용됐기 때문에 화마에 대한 대책은 다른 재난보다도 더욱 신중하게 접근했다. 조선시대 초 경복궁을 법궁으로 정하고 창궐할 때 화마에 대응하기 위해 몇가지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군자남면(君子南面)을 지향하는 터에 백악산을 주산(主山)으로 멀리 관악산을 바로 보면서 경복궁을 세웠으나 관악산의 형세가 활활타오르는 불꽃모양을 하기에 화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선조들은 경복궁으로 들어오는 화마를 막기 위해 세가지의 비책을 수립했다. 첫째, 남대문 밖의 위치에 남지(南池)라는 연못을 만들어 화마가 한양도성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현재는 남지 비석이 그 흔적만 알려주고 있다. 둘째, 남대문 즉 숭례문의 현판이다. 다른 4대문의 현판은 가로로 글씨가 쓰여져 있지만 숭례문 만은 세로로 돼 있다. 이 또한 숭례문으로 들어오는 화마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경복궁 광화문 앞에 세워져 있는 해치동상이다. 해치는 화마뿐만 아니라 악귀까지 물리치는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보면 선조들은 화마를 막기 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미신적인 요소라 치부할 수 있으나 재난에 대응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사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태종은 재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경칩 이후에는 불을 놓지 말라고 지시했다. 경칩은 3월 이후로 지금으로 보자면 봄철에 해당되며, 우리들이 늘 주의받는 봄철 산불 예방기간에 해당된다. 이렇듯 선조들의 화재에 대한 대책은 철저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재난 중 화재는 자연발화일수도 있으나 대부분 인위적인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부터 매년 대형 산불이 잊혀질 만하면 발생하곤 한다. 대형 산불의 대부분이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자연 산불 외에도 도심지 제천화재, 의정부 아파트 화재, 부산 해운대 초고층 빌딩 화재 등 화마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우리를 공격해 온다.

자연의 힘에 의해 발생하는 화마는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나 최소한 인위적인 화재는 대응을 해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화재대응에 대한 우리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 우선 각 가정에서 화재대응태세에 대해 한번 정도는 점검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가정용 소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가정용 소화기 작동 훈련은 되어 있는지, 가정에 비상마스크 및 화재 대응준비는 하고 있는지 등 자체 점검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로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비상계단과 방화문에 물건을 방치해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상계단은 화재발생시에 인명이 대피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여기에 자전거 또는 대형 폐기물을 방치하고 있어 비상통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방화문은 방연가스가 계단을 통해 상승하는 역할을 하므로 화마의 길이 되는 것을 차단한다. 방화문에 물건을 적재하고 있지는 않은지 수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국립공원이나 등산객들의 화기휴대가 엄격히 통제를 받기에 화재 빈도가 적은 편이나 지난 통계자료에 의하면 화재의 원인으로 전기누전에 이어 두번째로 담배에 의한 화재가 꼽힌다. 이에 흡연자들의 화재 경각심도 재차 일깨워야 할 부분이다.

화재로 인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려 울부짖는 모습이 방영되는 모습을 보며 안전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더 새겨봐야 할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내 주위부터 재난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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