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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초기 낙태 허용”… 7년 전 합헌 결정 ‘위헌’으로 뒤집혀여성 자기결정권 인식 변화 수용…헌법불일치 결정
전면허용 혼라 방지위해 법 개정까지 현행법 적용
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헌법재판소(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사실상 위헌인 ‘헌법 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임신중절을 무조건 범죄로 규정한 현행 형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53년 이후 66년간 유지돼 온 낙태죄 처벌 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헌재 심판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의사가 임신한 여성을 낙태하게 한 경우를 벌금·징역 등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낙태죄의 핵심쟁점은 2012년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린 헌재 결정 당시와 비슷하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론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앞세운다. 경제적 여건이나 건강상 이유 등과 관계없이 여성이 임신중절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낙태죄 존치론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에 과도한 제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 여론도 위헌으로 기울었다. 지난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낙태죄 폐지 찬반을 설문조사한 결과 폐지 응답이 58.3%로 절반을 넘어섰다. 2017년 같은 주제로 설문조사한 당시 폐지 응답이 51.9%, 유지 응답이 36.2%였다.

국가 인권위원회도 최근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헌재에 재출하며 낙태죄 폐지에 힘을 실었다. 여성가족부도 작년 5월 열린 헌재 공개변론에서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낙태죄 폐지 입장의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보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옹호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헌재도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판단한 것이다.

이날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 예외를 제외하곤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태아는 22주 내외부터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며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결정에서 헌재는 7년 전 2012년 8월에 합헌으로 결정했다. 낙태죄에 대한 위헌 판단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당시 헌재는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맞섰으나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어머니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은 헌법소원을 낸 정씨를 비롯해 낙태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원이 헌재의 결정 취지를 따를 경우 무죄 선고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은서 기자  eschoe@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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