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지자체와 예술문화
상태바
[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지자체와 예술문화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9.04.04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새 필자는 남양주시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진전 작업을 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3.1운동 당시 ‘화도 횃불 대행진’ 등 이 지역의 만세운동 역사를 기념하고, 그 감동을 더 많은 시민들과 나누고 싶다는 취지에서 이 행사를 준비했다. 남양주시에는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고종황제의 능(홍릉)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화도 지역에서만 1000여명이 만세운동에 참여, 전국적 만세운동의 불씨가 되었다고 한다. 남양주시로서는 자랑스러운 지역의 역사인 셈이다. 남양주시는 그 역사를 기억하고 공유하는 수단으로 사진전을 선택했다. 서울의 대형 기획 전시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 깊이와 규모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

좋은 모델로 삼을 만한 전시가 있다. 지금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로 보는 3.1운동 100주년 ‘모두를 위한 세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한일 간 대결의 관점에 머물러 있던 3.1운동에 대한 시각을 대폭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알고 보면 제국주의 횡포에 고통 받았던 나라는 우리만이 아니었다. 작품 ‘판투랑가에서 온 편지’는 베트남의 침공으로 사라진 참파왕조의 비극을 담고 있다. ‘2.8 독립선언서’는 참파를 멸망시킨 베트남의 주민들이 일본의 경제시스템에 착취 받는 현실을 비춘다. 또 ‘모두를 위한 세계’에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차이나타운 중국인들의 삶을, ‘공상적 환상의 물질세계’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사는 3000만 쿠르드족의 힘겨운 삶을 보여준다. ‘더욱 달콤하게 춤을’에서는 르완다 피난민과 발칸반도의 탈출행렬 등 여전히 폭력에 고통 받는 인류의 삶이 펼쳐진다.

이 모두와 연결된 3.1운동은 잔혹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고발을 넘어서 역사와 현실 속에 항상 존재해 온 폭력적 지배와 그에 대한 저항의 역사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분권시대가 열리고, 그에 따라 지방의 예술문화도 개화하게 된다면 남양주시의 3.1운동 역사도 언젠가 세계사와 인류 인권신장의 역사와도 연결될 것이다.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