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권에서 내려와 국민과 눈 맞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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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권에서 내려와 국민과 눈 맞출 때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4.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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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아직 익지도 않은 벼를 두고 풍년, 풍년 하는 게 아닐세 이사람들아~ 밥이 되어 입 속에 들어간 뒤라야 할 수 있는 얘기일세"

정현종 시인의 '쌀'이란 시가 문득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정권을 걸고 집값을 잡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그리고 만 2년이 다 되가는 때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5억원 고가상가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대출이 까다로워져 현금 없는 서민들은 집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청와대가 말한 집값 안정의 혜택은 서민이 아닌 고위 공직자 입으로 들어갔나보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7명의 장관 후보자들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문제가 됐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이 2014년 진 후보자의 지역구인 용산 인근 지역에서 토지를 매입해 16억원의 시세차익을 낸 사실도 확인됐다. 

어이없는 건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이다. 한 여당 지도부는 "70~80년대는 부동산을 사는 게 너도나도 하는 분위기였다"고 했고, 청와대도 7대 인사검증 기준을 어기지 않았다며 앞으로 보완하기로 했다는 데 그쳤다.

야당이라고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 한국당 간사였던 장제원 의원은 친형이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는 사실, 송언석 의원은 본인이 추진해온 김천역 중심의 남부내륙철도사업과 관련해 역 맞은편 4층짜리 상가 건물 일부 지분을 본인이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차이는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문제는 이번 일이 국민들의 공분을 살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 관보에 공개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1873명의 지난해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10명 중 3명이 다주택자였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고위공직자 중 40%가 다주택자다. 청와대의 눈높이가 국민이 아닌 이들에게 맞춰져 있나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국정 과제도 국민에게 와닿지 않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임명직 고위 공직자를 추천할 때 기준과 사전검증 시 검증항목을 구체화하고 인력도 충원해 철저히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여러 건 발의된 국회의원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에 주력해야 한다. 현행법상 공직자 이해충돌 금지 조항은 공직자윤리법에 명시돼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이해충돌 논란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했었던 의원들의 이해충돌 실태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국회는 전날 국회의원 각종 수당과 의원실 지원경비, 해외출장 목적과 경비 내역 등을 모두 사전에 공개키로 했다. 진일보했다. 그렇다고해서 고위 공직자 이해충돌에 대한 비판여론을 그냥 넘기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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