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국 정치적 백없는 공무원 출신만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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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결국 정치적 백없는 공무원 출신만 낙마했다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4.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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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올공(직업공무원)에 백 없는 이를 먼저 잘랐다"(바른미래당), "만만한 두 사람을 희생양 삼은 것"(민주평화당), "마치 소악을 처단하는 척하며 거악을 보호하려는 듯하다"(자유한국당)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을 향한 정치권 안팎의 책임론에 자진 사퇴하자 야3당이 일제히 내놓은 평가다.

실제로 조 장관 후보자와 최 장관 후보자 모두 공교롭게도 올공에 정치권 끈이 없는 전통 관료 출신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야당의 '5명의 장관 후보자를 위한 면피용 낙마' 주장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정부의 3·8개각으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 7명은 청문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꼼수 증여, 위장전입, 자녀 특혜 채용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촛불 정권인데 이정도 도덕성 밖에 안되는가'라는 한탄이 흘러 나왔다. 청와대가 내세웠던 고위공직자 7대 배제원칙(병역 기피·세금 탈루·불법 재산증식·위장 전입·연구부정 ·음주운전·성범죄) 항목 해당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후보자간 비교형량을 통해 낙마자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윤도한 국민소통수석)는 "조 후보자가 외유성 출장을 숨겼다"며 인사검증의 한계를 토로,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낙마는 없다"며 야당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야당이 청무회 전부터 낙마시키길 원하는 후보자는 과거 '청문회 저승사자'로 불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대북관 논란이 나온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정치권에는 정치공학상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아내는 셈법이 존재한다. 한국당은 이날 "모든 후보자들이 부적격 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부·문성혁 해양수산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여당은 어떤 답을 우리에게 들려줄까.

이 상황에서 나는 국회에 다시 한 번 읍소하고 싶다. 당리당략과 정치적 계산에만 매몰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편에서 누가 장관으로 적합한지 재고해 줄 것을 말이다. 정치적 이익만 앞세운 싸움은 길어질수록 누구를,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목적이 흐려지기 십상이다. 국회 정쟁의 본질적 목적은 민생이고, 국민이어야 한다. 자존심 싸움 대신 누가 더 민생을 챙길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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