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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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물 안 개구리
  • 김휘규 공학박사 (기술경영학)
  • 승인 2019.03.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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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규 공학박사 (기술경영학)

[매일일보 김휘규]얼마 전 저녁 약속을 마치고 귀가를 위해 택시를 탔다. 마침 택시 기사님이 붙임성이 좀 좋으신 편이셨다. 이런저런 주제로 말을 거시다가, 12~13년 전에 중국을 다녀온 경험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사님의 이야기가 내가 아는 중국에 대한 정보와는 많이달랐다. 중국은 물가도 싸고 좋기는 한데, 아직 개발도 미진하고 사람들은 촌스럽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고 주장하시는 것이 아닌가. 의아한 생각에 “요즘 중국 대도시는 서울보다 더 발전하고 있다던데요”라고 반문하니 기사님이 어이없다면서 큰소리를 쳤다. “아이고 손님, 중국이요? 어림도 없습니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셨다. 아마도 그 기사님에게는 중국에 대한 큰 선입견이 있으신 듯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비슷한 선입견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약한 성능과 디자인, 한번쯤은 겪어본 중국산 싸구려 제품에 놀란 경험 말이다. 그러니 선입견이 생길만도 하다. 인터넷 각종 유머 싸이트나 유튜브에도 ‘대륙의 일상’이나 ‘대륙산 제품’ 등에 대한 비웃음이 담긴 각종 사진과 이야기들 그리고 영상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상황이 바뀌는 것 같다.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이 붙은 제품들이 조금씩 늘더니 중국산 제품의 가성비에 대한 칭찬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진짜 중국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인지, 또 중국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제대로 인지는 하고있는 것인지 뭐 그런 노파심들 말이다.

그래서 몇 가지 중국산 전자제품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먼저 중국산 휴대폰을 살펴보자. 대부분 ‘화웨이(HUAWEI)’, ‘샤오미(XIAOMI)’같은 중국 휴대폰 브랜드는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IP68기준을 충족하는 중국산 방진, 방수폰이나 예쁜 디자인의 10~20만 원대 초저가 중국 휴대폰 브랜드는 잘 모를 것이다. 메이주(MEIZU), 두기(DOOGEE), 오키텔(OUKITEL), 큐봇(CUBOT) 등과 같은 중국 휴대폰 브랜드들 말이다. 국내에는 낯선 브랜드들이지만 러시아, 중동, 동유렵,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저가 휴대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솔직히 그 인기와 인지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유튜브를 검색하면 해당 브랜드 제품에 대한 엄청난 양의 리뷰와 사용기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그 평가들도 나쁘지는 않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도 많지만 가성비에 대해서는 정말 놀랍다는 엄청난 호평이 쏟아진다.

최근에는 중국산 궐련형 전자담배 기계도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판매 제품이 보통 할인해서 7~8만 원선 인데 비해 중국산 제품은 2만 원 수준이다. 1/4 가격에 성능이나 기능은 더 좋은 것 같다. 국내에서도 2만 원대의 이어세트와 10만 원대의 무선 청소기도 잘 팔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솔직히 하나씩 사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국내에는 이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편이기는 하다. 심지어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20~30만 대 저가 노트북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사실들은 알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혹시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치 중국 제품을 홍보, 선전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굳이 중국산 전자제품의 놀라운 가성비를 알리는 이유는, 한번쯤은 현재 우리의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 70~80년대 우리나라 전자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당시 ‘made in Korea’가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의 삼성이 있기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93년의 프랑크프루트 선언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 매장 구석에서 천대받던 자사 제품들의 실체를 확인하고 각성을 촉구했다던 그 유명한 일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중국의 기업들은 삼성의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같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각성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 이미 그런 각성을 시작한 것은 아닐까. 변화와 생존을 위한 각성의 주체가 이제부터는 중국 기업들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 다른 부분도 걱정이 된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담배시장이 처음 개방되었을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양담배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함을 떠나서 험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었다.

최근 5~6년간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더 이야기하기에 입이 아플 지경이다. 우리의 태도는 좀 이중적인 것 같다. 여러 국가에서 수입된 많은 제품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면서 유독 가성비 좋은 중국산 브랜드 제품에는 무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중국산 전자제품, 양담배와 수입차 시장 등을 언급하는 것이 좀 뜬금없어 보이기는 하겠다. 아마도 우리가 편협한 선입견에 빠져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억지스런 노파심이 발동한 모양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과소평가하고 우쭐해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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