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신양명 최대의 적은 'SNS 막말'
상태바
[기자수첩] 입신양명 최대의 적은 'SNS 막말'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3.28 11:3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조심에 관한 속담이나 격언은 무수히 많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처럼 말은 잘하면 불가능을 가능하게도 할 수 있지만 ‘구화지문(口禍之門)’ 즉 ‘입은 재앙의 문’이라는 말처럼 그만큼 한번 뱉으면 담을 수 없어 인생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을 할 때는 늘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특히 말을 하는 주체가 공인일 때는 말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

지난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말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곤욕을 치렀다. “깊이 반성한다” “송구스럽다”고 연신 자세를 낮추고 사과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그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김 후보자는 과거 SNS 등을 통해 천안함 폭침 5년을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로 해병대를 방문한 문재인 당시 야당 대표에게 “군복 입고 쇼나 한다”고 말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씹다 버린 껌”, 금강산관광 도중 피격당해 숨진 고(故) 박왕자씨를 두고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선을 넘어선 발언들이었다.

청문회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 야당 의원들은 자질 미달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진석 의원은 “세상을 향해 내뱉는 언사가 지식인, 대학교수로 안 믿긴다”며 “SNS에서 자꾸 주목을 끌려고 하는 각광증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정신 상태가 노멀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마저  “과한 부분들이 있다”거나 “장관이 되면 보다 정제되고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장관 후보자를 도덕성 측면만 보고 적격자인지 가늠할 수는 없다. 김 후보자는 30년이 넘게 연구소와 정부, 대학에 몸담으며 북한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다. 또 그는 남북 협상 및 6자 회담 현장을 경험하기도 하는 등 북한과 관련된 현장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불거진다. 그는 2011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두고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가 7년뒤 자신의 저서에서는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과거 북한 관련 발언을 포함해 거친 발언들까지 고려하면 김 후보자는 자신이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 자리에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다면 차라리 장관 자리를 고사하는게 옳았을 것이다. 이제와 입신양명을 꿈꾼들 과거의 막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으니까. 마치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권래 2019-03-28 14:37:24
곰은 쓸개때문에 오래 살지못하고 인간은 입때문에 오래살지못한다하였습니다
작금의 현실을 볼때는 과거를 너무나 무시하는 현실이 안따깝네요
자기의 말(sns포함)로 인해서 평생 상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을 생각한적이있을까요
누구도 이런것을 지적하기보다는 니편 내편에 편중되고있는 현실이 안따까운데
잘 지적해준듯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