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감사의견 한정 후폭풍에 금호그룹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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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감사의견 한정 후폭풍에 금호그룹도 ‘빨간불’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3.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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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매출 60%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위기감 확대 조짐
650억원 영구채 발행도 무산되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 예상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 판정을 받으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매출의 절반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기내식 대란에 이어 올해 주식거래가 중지되며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를 받기 위해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과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재감사를 마치고 ‘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재무제표를 제출한다는 목표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감사의견 한정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주식거래는 22일과 25일 정지됐고, 오는 26일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정 의견을 받은 이유는 회계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충당금 추가 설정 문제와 관계사 주식 등의 영향이 컸다. 영업 능력이나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적 처리상의 차이 때문”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감사의견 ‘적정’을 받을 수 있도록 재무 등 관련부서와 협의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주식거래는 재개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정정 재무제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회사의 영업이익을 지난달 공시한 1784억원보다 절반가량 감소한 886억원으로 정정했다. 당기순손실도 104억원에서 105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10배 정도 늘었다.

추진하던 유동성 확보에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9578억원이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이에 케이프투자증권 주관으로 영구채 850억원어치를 발행했지만, 이달 말까지 발행하기로 했던 영구채 650억원은 회계감사 사태로 발행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로 활용해온 유동화증권(ABS, ABCP) 발행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경우 1조원 이상의 ABS에 대한 조기 지급 사유가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 잔액은 여객매출채권 유동화증권이 1조2000억원,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리스 및 정비 매출채권 유동화증권을 합쳐 총 1조7000억원 어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ABS는 아시아나항공의 사실상 유일한 차환수단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과 상관없이 추가 ABS 발행에 차질을 겪는다면 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 압박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전체 매출의 약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어 그룹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진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건설 부문인 금호산업은 지난 22일 지난해 연결·개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연결 재무제표 지분법 대상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의견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는 주식시장에서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이날 장 마감 기준 전 거래일 보다 175원(4.06%) 내린 4135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IDT는 전 거래일 보다 450원(3.46%) 오른 1만3450원을 보였지만, 이날 오전 9시 48분 400원(3.08%)내린 1만26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두 회사는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의 한정 판정으로 각각 2.71%, 14.19% 급락한 바 있다.

특히 오는 29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이번 한정 판정에 따른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같은날 열리는 금호산업 주주총회에는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와있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박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작년 기내식 공급 중단 사태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데 이어 올해는 감사의견 한정 판정을 받으며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금호타이어가 빠진 그룹의 매출 성장을 아시아나항공이 견인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그룹 전반에 퍼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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