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현대차, 한진칼도 웃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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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현대차, 한진칼도 웃을 수 있나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9.03.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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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엘리엇에 완승… 한진칼-KCGI ‘표대결’ 임박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 견제수단 필요 주장
현대차가 지난 22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제안이 원안대로 모두 통과됐다. 사진=현대차 제공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완승을 거둔 가운데, 한진칼-KCGI 간 ‘표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2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제안이 원안대로 모두 통과됐다. 반면 엘리엇이 제시한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엘리엇은 지난해 5월 현대차가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개최한 정기 주총에서는 완패했다.

현대차 주총에서는 의결권 기준 82.1%의 주주가 참석했다. 현금배당금,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모두 현대차 원안대로 가결됐다.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도 토종 주주 행동주의 펀드 KCGI와 조양호 회장 측 표대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주총에서는 KCGI가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다.

법원이 한진칼과 KCGI와의 싸움에서 한진칼 손을 들어준 것이다. KCGI의 주총 의안상정이 적법한지를 묻는 항고심에서 한진칼이 승소했다. 결국 KCGI는 조양호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를 놓고 표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 아래 단기간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내고 손을 터는 ‘먹튀’를 우려해서다.

학계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경영 개입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개입 1년 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41.0%, 순이익은 83.6% 감소했다. 고용 및 투자 역시 전년 대비 18.1%, 23.8%씩 줄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를 저지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 특정 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 발생 시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대부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는 그룹사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기업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등 기업 가치를 증대시킨다고 하지만 장기적 성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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