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재건축 단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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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재건축 단지들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9.03.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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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일대 단지·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
안전진단 강화·재초환 등 정부 규제 ‘발목’
정부의 규제로 투자매력이 사라지면서 서울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못내고 지지부진하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의 고강도 정비사업 규제에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 이후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사업 추진은 제자리 걸음이고, 정비사업 수주 환경도 열악해지는 모습이다. 올해에도 규제 강화 기조는 여전할 것으로 보여 재건축 사업이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아파트는 대부분 1970년대에 준공돼 재건축 연환(30년)을 충족하고도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시범·수정·광장·공작·대교·한양 등은 추진위와 조합 설립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었지만 서울시 벽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정비사업 정책방향이 바뀔 때마다 정비사업 추진단지에 대한 정비계획 승인·심의 등을 미뤄오는 경향을 보여왔다.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을 밝혔다 번복한 후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는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기존 용적률 230%를 법정 상한인 300%로 늘리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작년 6월 상정했지만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정합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전면 보류되자 작년 9월 다시 정비계획 변경안을 재접수했지만 도계위 심의에 오르지 못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들도 아직 재건축 첫 단계인 정밀안전진단 준비단계이다. 작년 초 모든 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정부가 작년 3월 안전진단 기준을 더 높이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비중에서 주거환경은 종전 40%에서 15%로을 축소하고 구조안전성은 종전 20%에서 50%로 크게 높인 것이다.

1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던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들은 최근 들어서야 5단지가 안전진단 용역비용을 모금하는 등 재건축사업 추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신시가지 아파트는 지난해 양천구청서 수립한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통합개발되지만, 지구단위계획안 확정까지 서울시 검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교통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 아파트인 ‘은마아파트’도 재건축 추진이 ‘깜깜’하긴 마찬가지이다.

은마는 49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고집하다 서울시 심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으며 사업 진행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후 주민 투표를 거쳐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보류 중이다. 정비계획안이 수립, 확정돼야 재건축 사업에 본격 나설 수 있어 답보 상태인 것.

은마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오는 6월부터 조합설립동의서를 걷어 조합설립인가와 건축심의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계획대로 추진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최근 일부 주민이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용적률을 낮추고 임대주택 기부채납을 하지 않는 방안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민 간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또 정비사업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재건축도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 ‘대치쌍용 2차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8000만원으로 예상됐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이 최대 4억~5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업 진행을 멈춘 상태이다. 바로 옆 단지인 ‘대치쌍용 1차 재건축’ 사업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대치쌍용 2차 재초환 추정액을 확인한 후로 미루기로 했다.

시공사 선정 작업도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강동구 ‘천호3구역 재건축’ 사업은 지난 1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응찰,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됐다. 천호3구역 재건축 조합은 이달 27일까지 2차 시공자 선정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강서구 신안빌라 재건축은 현장설명회 단계서부터 참여사가 충족되지 못해 입찰이 불발됐다. 현장설명회에 현대엔지니어링 한 곳만 참석해 유찰된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안전진단 강화 등 겹겹이 규제에 재건축이 쉽지 않은 사업으로 바뀌었다”며 “정부 규제가 강화될수록 부담이 증가해 사업비나 사업기간 등이 조합원들에게 예민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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