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었던 ‘메이커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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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없었던 ‘메이커 교육’
  • 박기현 테크빌교육 부사장(겸 에듀테크 연구소장)
  • 승인 2019.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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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현 테크빌교육 부사장 겸 에듀테크 연구소장

[매일일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다수의 교육감 신년사에서 ‘메이커’라는 키워드가 포함됐다.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메이커 교육을 강화하고,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체험중심의 미래 교육 환경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갖추겠다는 내용이다.

사람은 두 손을 써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존재란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분되기도 해 ‘호모 파베르(만드는 인간)’란 개념이 쓰이기도 한다. 스스로 뭔가 만들어내는 행동은 인간이 처음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유전자에 축적돼온 정보라고 할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지적 인간)’와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라는 특질과 같이 보면, 결국 인간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과정을 유희적으로 즐기는 세 가지 고유의 특성이 통합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메이커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교육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듯 메이커 교육은 메이커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또한, 메이커 교육은 3D 프린터 활용법을 교육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메이커 교육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자신의 상상을 구체화할 수 있게 하고, 이것을 실제로 만들어 현실에 구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교육이다. 아이들 상상의 동기가 해결하고 싶은 현실의 문제라면 이것은 문제중심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이 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들며 실패하는 경험, 성공하는 경험, 결과가 단계적으로 개선되는 경험들을 쌓게 된다면 이것은 경험에 의해 개인의 주관적인 지식을 구성하게 되는 구성주의 교육철학과 부합한다. 또한, 아이들이 모둠을 이뤄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액션러닝이 된다.

동일한 과정을 따라 하며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만들기 수업과 달리, 메이커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상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물도 다르다. 설령 같은 문제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접근 방식에 따라 해결 과정이 달라지도록 지도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과정 중심 교수·평가가 이뤄진다. 메이커 교육이 만능의 교육법이라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교수학습법을 적용할 수 있는 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메이커 교육을 위한 특별한 연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이미 교육심리학, 교수학습방법, 아동인지발달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이 질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고 진행 과정에서 성취단계에 맞춰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 해결방법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3D 프린터나 레이저 커터기는 그저 이러한 도구의 하나일 뿐이며 골판지와 클립, 아이스크림 막대와 고무줄 등이 이를 대신할 수도 있다. 교사가 익숙한 도구를 수업에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도구들을 하나씩 익혀 활용할 수 있으면 된다.

중국 정부는 2015년 혁신 주도형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저비용 제조에서 창조적 디자인으로 바꾸는 세계 미래산업 선점 전략 계획을 내놓았다. 이때 중국 정부의 보고서에 메이커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메이커는 기업가이고, 메이커 정신은 기업가 정신, 메이커 스페이스는 스타트업의 산실로 잘못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오해는 결국 메이커 스페이스가 얼마나 많은 창업을 했는지, 벤처투자를 받았는지, 특허를 냈는지에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5500개에 달하며, 2021년까지 1만1640개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육성정책은 그 속도는 빨라 보일 수 있지만 진정한 메이커 정신을 이해하고 이에 기반한 메이커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메이커 교육에 필요한 것은 복잡한 장비와 일렬로 늘어서 진열된 공구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여분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교사들에게 익숙한 도구와 재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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