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전성시대②] 주주는 ‘환호’ 기업은 ‘비명’…‘행동주의’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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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전성시대②] 주주는 ‘환호’ 기업은 ‘비명’…‘행동주의’ 골머리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3.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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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엘리엇, 주총 앞두고 현대차·현대모비스에 8조원대 배당 요구…일부 “경영권 방어 장치 없어” 우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이달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한창인 가운데 ‘행동주의’ 사모펀드(PEF)와 표대결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PEF의 경영참여로 주주가치가 크게 제고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별다른 방어권이 없는 가운데 지나친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한진칼, 현대홈쇼핑 등은 이달 주총에서 PEF와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행동주의 PEF는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넥슨 매각 본입찰에는 MBK파트너스가 뛰어들었다. 롯데 금융 계열사 매각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JKL파트너스 등 국내 PEF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롯데카드의 경우 숏리스트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다.

재계 경영에 적극적 참여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PEF의 경우 대부분은 배당 등 주주권익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오는 22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등을 두고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표대결을 예고 하고 있다.

특히 엘리엇은 현대차에 대해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 현대모비스 1주당 2만6399원을 특별배당하는 안건을 올린 상황이다. 보통주 기준 배당금 총액은 현대차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 2조5000억원 등 총 8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두 회사의 순이익(3조5332억원) 대비 3.5배나 많다.

오는 27일 주총을 여는 한진칼도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와 표대결을 앞도고 있다. KCGI의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측에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밸류파트너스의 행보도 눈에 띈다. 밸류파트너스는 앞서 현대홈쇼핑 주주들에게 대주주가 선임하는 감사위원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도록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다.

현대홈쇼핑의 주총일은 오는 28일이다. 앞서 밸류파트너스는 KISCO홀딩스와 한국철강 주주들에게도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었다. KISCO홀딩스와 한국철강의 주총일은 각각 오는 29일이다.

공모펀드 시장에선 가치주 투자를 내세운 운용사들이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건 KB자산운용의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다. 지난해 3월 설정한 뒤 컴투스 골프존 등에 주주서한을 보내 성과를 거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지난해 7월 ‘한국밸류 10년투자주주행복’ 펀드를 공모로 설정한 데 이어 최근 비슷한 전략의 사모펀드를 결성했다.

업계에서 행동주의 PEF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주주가치 제고로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할 것이란 반면, 마땅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국내 기업 특성상 PEF의 ‘먹튀’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 전반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는 국면이다”며 “연초 이후 배당 서프라이즈 발표 기업의 주가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컨센서스에 의하면 순익 14% 감소에도 불구, 배당은 6% 증가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소 혁신성장실장은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이 헤지펀드의 사냥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제도) 같은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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