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침묵 계속...북미 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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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침묵 계속...북미 출구가 없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3.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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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北이 핵포기 꺼린다는 생각 갖게 돼”/ 궤도 이탈 북미 대화 정상화 유일한 동력 상실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의회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출구 없는 게임이 돼 가고 있다. 미국의 ‘일괄 타결’ 해법과 북한의 ‘단계적’ 해법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다 톱다운 외교의 근본 동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일괄 합의·단계적 이행’이라는 일 년 전 절충안을 다시 꺼내들었을 뿐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심지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까지 모두 나서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등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대상으로 한 ‘일괄 타결’ 해법이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일괄 타결’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대한 상응 대가를 요구,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의 첫 단계도 함께 제시했다. 최 부상은 이를 거부할 경우 북미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발사 재개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볼턴 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의 후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기대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시간 17일 최 부상의 주장을 반박하며 중국을 압박해 대북 제재를 보다 강화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내세운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자 백악관발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을 거치며 북한이 핵포기를 꺼린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당국자가 대북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는 것이다. 이 브리핑에 참석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WP에 “당국자가 한 얘기는 모두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확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궤도를 이탈한 북미 대화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동력은 북미 정상 간 신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변화는 북미 협상의 출구가 막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브리핑 참석자는 WP에 “나는 솔직히 다음에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북한이 결심을 내보일수록, 미국이 결심을 내보이려 강경한 언급을 할수록 협상 테이블로 어떻게 돌아갈지 알아내는 것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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