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북미정상회담 전후 北 석유 해상 밀반입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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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북미정상회담 전후 北 석유 해상 밀반입 급증했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3.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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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포항에 수중송유관 ‘제재위반 허브’ 역할/ 정찰총국 주도 가상화폐거래소 등 전세계 사이버해킹
유엔 대북제재의 이행을 감시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온전'(remain intact)하며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금수품목을 불법거래하는 등 제재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비롯해 해상에서의 금수품 밀거래와 중동·아프리카 등에 대한 무기수출, 불법 해킹 및 금융 활동 등 북한의 제재위반 사례를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 중 불법 해상환적 유류 수입의 '허브' 남포항.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지난해 6월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에 북한의 불법 해상 유류밀반입 등 제재회피 행위가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 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제재에 나섰지만 북한은 전문가도 놀랄 정도로 기발한 회피수단을 개발해 석탄 밀수출과 석유 밀수입에 열중했던 것. 북한은 정찰총국을 동원, 전세계를 상대로 사이버해킹에 나서 대규모 자금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제1항구 남포항이 밀반입 허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다양한 제재회피 수법을 지적했다. 400여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대북제재의 이행과 효과에 관한 종합적인 평가결과를 담고 있으며, 매년 두 차례 안보리에 제출된다.

우선 보고서는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회피하면서 석유 수입과 석탄 수출을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제재위는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했다. 또 북한산 석탄이 공해상에서 환적된 사실을 공개하며 “이 같은 불법운송은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특히 보고서는 평안남도 남포항이 불법 석유제품 수입의 ‘허브’ 역할을 맡았다고 지목했다. 제재위는 “남포항에서는 금수품묵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불법 환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50척 이상의 배·160개 회사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불법 환적된 유류제품을 지상 터미널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중송유관 시설을 사용한다고도 지적했다. 

▮싱가포르회담 전후 석유 밀반입 급증

보고서에는 작년 6월 2일부터 8월 9일까지 약 두 달간 북한 선박들의 불법 행위가 명시됐다. 지난해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시기를 전후로 유류 밀반입이 집중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포착된 북한 선박은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깃발 등을 달았던 타국 선박들과 맞닿은 상태로 유류 제품을 옮겨 실었다.

이와 함께 제재위는 미국 측이 포착한 북한 유조선들의 움직임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1월부터 8월 18일 사이 총 148차례 북한 항구에 기항 흔적을 남긴 북한 선박들의 이름이 담겼다. 당시 미 정부는 이들 선박들의 유류 탱크를 추산해 최소 83만배럴에서 최대 227만배럴이 북한으로 유입됐을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제유가 연간 50만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치와 최대치 모두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석탄 밀수에 한국 업체 연루 의혹

북한의 석탄 수출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북한산 석탄 거래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석탄 판매는 역사적으로 북한의 귀중한 수출품 중 하나이지만,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등을 계기로 유엔으로부터 판매할 수 있는 석탄의 양을 제한받은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남포에서 석탄 2만 5500t을 실은 ‘와이즈어네스트’호는 약 한 달 뒤 인도네시아 근해에서 발견돼 억류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와이즈어네스트’호가 299만달러에 달하는 물품을 러시아의 선박으로 환적하려 했다는 서류를 이후에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보고서는 한국에 위치한 고양 소재 기업인 ‘에너맥스’가 석탄의 최종 목적지이자 수령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부록에 함께 첨부된 계약서에는 ‘에너맥스’가 ‘홍콩 노바 인터내셔널 무역회사’로부터 무연탄 2 6000t, 299만달러어치를 구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만 보고서는 ‘에너맥스’가 지난해 12월 자국 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았고, 석탄 수입은 없었다’는 내용을 전문가패널에 알렸다고 명시했으며, ‘홍콩 노바 인터네셔널 무역회사’ 역시 관련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롤스로이스·벤츠 제재위반”

보고서는 그간 김 위원장이 타고 다닌 최고급 전용차 또한 제재위반이라고 판정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북미정상회담 및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벤츠 최상급 모델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개조한 방탄차량을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김 위원장이 이용하는 롤스로이스 팬텀, 롤스로이스 고스트,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 렉서스 LX570 등이 사치품 수출금지를 규정한 대북제재결의 제1718호 및 제2094호 등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들 차량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 북한에 대한 수출이 금지된 만큼 제재위반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대북제재 위반 사례로 열거된 사치품 목록에는 보드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北 사이버 공격으로 외화벌이

석탄 판매에 국제 제재를 받게 되자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이용해 외화벌이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 정찰총국의 지시를 받는 해커들이 지난해 5월 칠레은행을 해킹해 1000만달러(약 113억원)을 빼돌리고, 같은 해 8월에는 인도의 코스모스 은행에서 1350만달러를 빼내 홍콩의 북한 관련 회사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밝혀졌다. 제재위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에 걸쳐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암호화폐 거래업자에 대해 최소 5번의 공격을 성공시켜, 합계 5억7100만달러(약 649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에 더해 북한은 예멘의 후투티 반군은 물론 리비아와 수단에도 외국 중개업체를 통해 소형무기, 경무기, 여타 군사장비 등을 공급하려고 했다. 제재위는 불법무기거래, 군사협력 등으로 대북제재위반 여부를 조사받는 국가를 27개국으로 꼽았으며, 이 중 아프리카 국가가 16개국으로 절반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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