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라이벌 롯데VS신세계 ‘끝없는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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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라이벌 롯데VS신세계 ‘끝없는 신경전’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8.02.1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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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매출, 해외선 시장우위 놓고 ‘氣 싸움’ 팽팽

<정용진 부회장 “롯데, 우리 적수 안돼” 발언에 롯데 측 발끈>

유통라이벌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매출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가 하면, 해외사업에서도 미묘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신경전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최근 한 언론에 보도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발언. 정 부회장이 “중국선 롯데가 우리 적수가 안 된다”고 말하자 롯데 측은 “입을 막을 수도 없고 전혀 매너가 아니다”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얼마 전 발표된 지난해 실적을 놓고도 양 측은 각각 총매출액과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잡아 서로 업계 1위라며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았다. 올 해 유통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다른 주장을 펼쳤다. 백화점 부문이 강세인 롯데는 백화점 시장 성장률은 상승할 것이고 할인점 시장 성장률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분석한 반면, 할인점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신세계는 할인점 시장 전망률이 올해보다 10% 상승할 것이라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 신동빈 부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을 필두로 양 사가 모두 올해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중국 사업은 하면 할수록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 롯데가 국내에서는 몰라도 중국에서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못 된다”

▲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쏟아낸 말이다.

중국시장에서의 사업이 만만치는 않다는 겸손한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업계에서는 그보다도 롯데가 신세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발언에 더욱 주목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 이마트는 매장 수에서 13위 정도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이 힘든 게 사실이지만, 현지화에 있어서는 우리가 앞서 있다”면서 “최근 중국 대형마트 시장에 새로 진출한 롯데마트는 당분간 이마트에 위협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해 말 네덜란드계 중국 대형마트인 마크로를 인수해 중국에서의 마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마크로는 중국에서 17~18위 정도에 머무는 업체인데 우리의 목표는 5위 내 글로벌 업체”라며 롯데의 진출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함께 자리한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 또한 “신규사업에 진출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이 M&A”라며 “문제는 자기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 이념과 종업원들과 지향점을 공유하는데 제한이 따르고 이는 경쟁력과 직결 된다”며 정 부회장 얘기를 거들었다.

신세계VS롯데, 중국서 누가 누가 잘하나~

정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나가자 이번에는 롯데 측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롯데 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먼저 경험했던 사람들이 배 아파서 하는 말 수준일 것”이라고 응수했다.

롯데 측 또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가 10년 먼저 진출했다고는 하지만 그 동안 중국 사업에 큰 투자를 하지는 않아왔다”면서 “신세계가 올해부터는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롯데 또한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유독 중국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올해 양 사가 모두 중국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시장선점에 초점을 맞춰, 많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규점포를 여는 다점포 전략으로 중국을 공략할 계획이다.

▲ <롯데 신동빈 부회장>
신 부회장은 “중국 내 유통사업과 관련해 중국시장을 6개 권역으로 나눠 2017년까지 15~20개의 백화점을 운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림픽 특수를 노려 올 상반기에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에 중국 백화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또 중국 내에 총 8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마트 ‘마크로’를 통해 베이징과 톈진 등을 중심으로 할인점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규출점과 추가적인 M&A를 통해 중국 시장에 향후 5년 내 롯데마트 100개 점포를 개설한 뒤 오는 2012년엔 300개점으로 확대한다는 게 롯데의 중국 프로젝트다.

지난해 중국 진출 10년을 맞이한 신세계 역시 올해 중국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구학서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중국 진출 기지로서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던 화동, 화북지역의 우수한 입지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물류와 오퍼레이션을 고려한 신규 유망 지역의 출점 확대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신세계는 이에 따라 올해 베이징, 우시, 쿤산 등에 진출하는 등 이마트 8개 점포를 출점하고, 내년에는 상하이 인근에 중국 1호 물류센터를 확보할 예정. 이렇게 해서 2012년까지 최소 50개 점포를 구축해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3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장기적으로는 중국에서 국내 이마트에 버금가는 점포망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세계는 중국 백화점 사업에는 진출할 계획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사업에도 바쁘다”고 말했고, 구 부회장 역시 “백화점은 부동산 소유 여부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데 임차 후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는 백화점 사업계 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실적·사업전망, 각자 유리한 해석 되풀이

국내시장에서도 롯데와 신세계는 서로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또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두 회사는 각각 영업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해 총매출액은 신세계가 10조1028억원으로 롯데쇼핑의 10조851억원보다 177억원 더 많았다.

영업이익에서도 신세계는 7천655억원으로 7천561억원을 기록한 롯데보다 94억원 앞섰다.

그러나 총매출액이 아닌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롯데가 9조 7681억원, 신세계는 8조4100억원으로 롯데가 1조원 이상 많다.

총매출액은 매장에서 팔린 상품의 판매액 전체를 말하고, 총매출액에서 상품 에누리(할인쿠폰 등)나 반환품, 입점업체 판매상품의 원가(특정매입 원가) 등을 제외한 것이 순매출액.

신세계는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할인점 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총 매출액에서 롯데를 앞선 것이고, 백화점 비중이 높은 롯데는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신세계보다 우위를 점한 것이다.

때문에 롯데는 순매출액을 내세워 유통업계 1위를 주장하는 반면, 신세계는 롯데의 매출액 산정 기준이 자사와 다르다며 총매출액을 바탕으로 비교해야 업계 순위를 정확히 매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또 롯데의 순매출 집계 방식은 금융감독원 등이 제시한 회계기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2003년에 제시한 회계기준에 따르면 입점업체를 통한 특정매입 판매분의 경우 유통업체가 받는 수수료만 매출로 표기해야 하는데 롯데쇼핑은 그 대부분을 자사 매출로 표기해 순매출을 집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 관계자는 “총매출을 기준으로 잡는 것에 우리도 큰 이견이 없다”며 “재고부담을 안고 가느냐 아니냐 등 복잡한 부분이 맞지만, 롯데의 순매출 집계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백화점 가운데 3개 점포(영등포, 대구, 상계점)의 경우 법인이 롯데쇼핑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매출액에서 빠져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적 발표 시즌이 되면 회계기준을 놓고 롯데와 신세계의 주장이 해마다 달라왔던 것이 사실이다.

총매출과 순매출을 놓고 업계 1위 싸움이 되풀이 돼 왔지만, 대체로 업계에서는 총매출을 기준으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 상품 판매 수수료 기준인 순매출보다, 실제로 소비자에게 얼마만큼 팔았는지를 보여주는 총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분석이다.

한편, 올해 유통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양 사는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이 주력인 롯데는 ‘2008년 유통산업 소매업태별 전망’에서 백화점 시장 성장률이 2.6%로 지난해 2.5%보다 소폭 상승할 것이라 내다봤다. 반면 할인점 시장 성장률은 10.4%로 지난해 10.5%보다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할인점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신세계는 ‘2008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할인점 시장 성장률을 12%로 잡고, 지난해 10%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백화점 시장 성장률은 3.2%로 지난해 4%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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