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빅딜 인식 차’ 극명...비건 “영변에 대한 어떤 합의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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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빅딜 인식 차’ 극명...비건 “영변에 대한 어떤 합의도 못했다”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3.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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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단계적 해법 주장하며 ‘한반도 비핵화’ 추상적 구호/ 美, 생화학무기 등 WMD 일거에 완전폐기 요구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북한과 미국은) 영변 폐쇄와 관련해 어떠한 합의에 달하지 못했다. 영변은 많은 다른 것들을 의미할 수 있다.”(미국시간 11일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주최 콘퍼런스 좌담회 도중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발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10여일만에 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자인 비건 특별대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완전한 비핵화’와 ‘비핵화 빅딜’에 대한 북미 양국의 인식 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완전한 비핵화’는 북미 양국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비핵화 협상의 최종 목표다. 하지만 양측의 개념은 일치하지 않는다. 북한은 줄곧 ‘한반도의 비핵화’를 말해 왔다. 북한은 12일에도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확고한 입장”(우리민족끼리)이라며 비핵화 협상 의지를 강조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핵은 물론이고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라고 입장을 확정했다.

이런 입장차로 인해 북미 양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대한 정확한 개념조차 잡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좌담회에서 “영변은 대규모 지역에 산재한,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하는 시설들로 이뤄져 있다. 이 대규모 지역이 일반적으로 영변으로 통칭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핵연료 사이클 및 핵무기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제거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영변에 대한 우리의 정의는 꽤 광범위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영변을 어떻게 규정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을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대체로 그것은 바뀌어왔다”고 했다.

이처럼 북미 간 영변 핵시설의 개념에 대한 합의조차 나오지 않으니 비핵화에 대한 정의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여기에 비핵화 방법론에서도 북미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북한은 시종일관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주고받으며 비핵화 종착점을 향해 가는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하노이 회담 때부터 일괄타결식 빅딜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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