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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패스트트랙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최근 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 제도(신속처리안건제도)를 통해서라도 필요한 법안은 통과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팽배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회 3분의 2가 동의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패스트트랙 제도는 한 정당이 반대하면 의석 과반수가 넘어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국회선진화법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국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지, 정치공학상 정당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헌법 '권력구조 선(先)개편' 요구로 일관하자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것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에게 제안했다. 게다가 야3당이 차기 총선에서 당의 생존을 위해 연동형비례대표제도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 10개 개혁법안 패키지를 선거법 개정과 함께 내걸었다. 해당 개혁법안들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주로 한국당과 강하게 부딪혔던 법안들인데, 민주당이 선거법을 내주는 대신 야3당과 입법동맹을 맺어 한국당을 고립시키려는 목적이 내포되어 있다. 민주당의 패스트트랙을 통한 법안 통과 기조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앞서 이른바 '유치원 3법'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했고, 지난 1월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발표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을 때는 윤관석 의원이 수도권 내 균형문제를 고려해 수도권 지역 예타 면제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선거법 개정에 있어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를 불러온 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한국당은 다수결에 의한 결정을 따르는 민주주의를 무시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을 믿고 선거제 개혁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당은 여야 4당이 전날까지 선거제 개편안 관련 당론을 정리해달라고 하자 오히려 '의원직 총사퇴'와 '의원정수를 10% 줄여 27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폐지하자'는 현실성 없는 당론을 내놓아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는 야3당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막기 위해 정치혐오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국당의 잘잘못과 별개로 정치공학적 입법 공조나 무분별한 패스트트랙 사용 기조는 최대한 지양해야 하는 정치 적폐다. 과거 우리는 '몸싸움 국회'나 '철장 국회' 등 얼마나 많은 다수결 원칙에 의한 폐해를 경험했던가. 그 폐해를 막기 위해 7년전 입법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었다. 또 법안통과가 불가피한 선택일지라도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패스트트랙 제도는 상대 당과 협상할 의지 자체를 잃게 만들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의한 결정을 따르지만,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진지한 대화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작용하고, 최후의 상황에서만 적용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박규리 기자  love9361@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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