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배송기사 안전은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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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배송기사 안전은 ‘빨간불’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9.03.03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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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대로 괜찮을지 걱정이 크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에 휴일도 없는 강행군을 반복해왔다. 업무 시간도 부족해 야근을 일삼았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이전보다 국민이 각박한 삶을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저녁에 여유 있는 삶,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점차 자신에게 여유와 휴식을 주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는, 오래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로 급속도로 성장 중인 ‘배송 시장’이다. 단순 음식배달을 넘어 매장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물품, 신선식품 등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까지 속속 뛰어들면서 배송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기업 수익을 올리기 위해 ‘더 빨리’를 외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100억 원 규모였던 새벽배송 시장은 3년 만에 4000억 원 규모까지 무려 40배나 껑충 성장했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극대화됐지만, 배송기사의 안전에는 ‘적색경보’가 켜져 버렸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이륜차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2008년 발생 건수가 1만 629건이었던 이륜차 교통사고는 배달 앱 이용자가 늘기 시작한 2014년부터 1만1758건으로 급증하기 시작해 2017년 1만 3730건으로 10년간 29.1% 증가했다.

배송기사의 심리적 압박도 만만치 않다. 일부 업체에서는 익일 배송을 지키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것 외에는 별도리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고용형태다. 배송기사는 개인사업자나 외주업체에 소속된 직원이 대부분이다. 본사 소속 직원이 아니므로 배송 중 교통사고 등이 발생하면 본사는 책임에서 면책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배송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배달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법제도 마련 등 사회적 논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들도 빨리빨리 문화에서 벗어나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불편함을 결심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자신의 가족, 지인이 배송 기사라고 생각하고 한 번쯤은 배송기사에게 “안전하게 천천히 오세요”라고 배송 메시지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 권해본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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