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폼페이오→트럼프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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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폼페이오→트럼프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로 변화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2.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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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비핵화 노선 변경 / 北 핵·미사일 동결 우선 장기적 비핵화 구상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21일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이 무언가 해야 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북한이 주장해 온 ‘동시·단계적 비핵화 해법’ 수용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 등 대북 문제와 관련된 핵심적 인사들의 발언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이후 반년 간 실무협상은 공전에 공전을 거듭했다. 그 중심에는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이 자리했다. 미국은 핵리스트 제시와 비핵화 로드맵을 통한 일괄타결 방식을 원했지만 북한은 상호 신뢰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며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주장했다. 북한이 일부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비핵화에 도달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된 이후에야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처음 미국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대북 초강경인 볼턴 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비핵화의 성과”라며 “성과가 나타나면 대북 경제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어 이듬해 1월말 비건 대표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넘어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를 약속했다. 우리 쪽에서는 양측에 신뢰를 가져다줄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그의 상관인 폼페이오 장관은 “비건 대표가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모든 약속의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진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들은 비건 대표가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날아가기 직전에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후 2월 들어 폼페이오 장관이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 조짐은 더욱 뚜렷해진다. 폼페이오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나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데 매우 희망적”이라고 했다.

이 같은 미국의 변화에는 북핵 문제에 대한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내티우스는 스탠퍼드대와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소속 전문가들이 미국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문가들은 미국 내 다른 전문가들과는 달리 ‘북한의 비핵화는 짧은 시일 안에 완료하기 어려우며 단계적 방식으로 진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동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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