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그리고 게이트키핑…“너무 많은 소금은 음식을 망친다”
[매일일보=박동준 기자] 연말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인 동시에 술자리가 많은 시점이다. 평소 술을 안 하던 이도 분위기에 한두 잔 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주'. 그런 소주가 폐수로 만들어졌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최국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중 한 매체가 소주회사에 대해 연속으로 단독보도를 했다. 보도의 주된 내용은 소주 공장에서 생수 차량으로 폐수를 반출했다는 것.
물론 전체적인 ‘팩트’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말이라는 게 ‘아’다르고 ‘어’다르듯이 단어 하나에 그 기사의 뉘앙스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폐수’, ‘오염물질’, ‘무단 반출’ 다 맞는 애기다. 하지만 그 폐수로 공장 근무자들이 샤워하고 공장 청소를 하며, 그 오염물질이 비료로 쓰여서 사람들의 식탁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해당 보도를 본 사람들이 알지는 의문이다.
처음 이 사실을 보도한 매체는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수치를 근거로 ‘폐수’의 성분이 심각하게 유독한 오염물질인 것처럼 전달했다.
하지만 막상 취재를 시작하고 해당 매체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한 연구원의 반응은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해당 매체로부터 의뢰가 들어와 분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보도는 보지 못했다”는 해당 연구원 관계자는 보도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단순하게 COD(화학적산소요구량)와 SS(부유물질)이 높다고 (일반적인)폐수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주와 비슷한 주류인 위스키 한 잔(50mℓ)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욕조 10통 분량인 3000ℓ가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품이 전달되는 식품업계에서 어떤 면에서는 이미지가 품질보다 우선시 될 때도 있다.
그렇기에 각 기업마다 반복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구축한 이미지가 날아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멀리 삼양식품 우지파동부터 최근 멜라민 분유까지 언론의 객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모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로부터 종편 관련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종편이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해 기업들의 안 좋은 점을 모기업인 신문사와 함께 압박해 광고를 수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종편 개국을 전후로 대기업 관련 취재원들에게서는 종편의 ‘압박’에 대한 호소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무학의 사례는 많고 많은 유사 사례 중 겨우 하나의 편린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종편 개국에 앞서 방송광고공사(미디어랩) 관련 법안이 국회의 태업(?)으로 방치된 사이 개별 종합편성채널매체들이 기업을 상대로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면서 일부 몰지각하거나 과도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현실.
우리 경제의 소금 역할을 해야 할 미디어가 우리 경제를 말려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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