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하노이 향한 날 트럼프 “핵실험 없는 한 서두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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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하노이 향한 날 트럼프 “핵실험 없는 한 서두를게 없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2.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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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압박 위한 장기전 포석 / 일각에서는 핵동결 타협 우려도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작성을 위한 담판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향한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략과 관련,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시간에 쫓겨 북한에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협상 전략으로 읽히지만, 한편으로는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경우 북핵 동결 수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타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서두를 게 없다" 5차례 반복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많은 일들이 나올 것이다. 다음 주는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며 "적어도 나는 많은 일이 이번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비핵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반대하는 쪽의 많은 사람이 신속한 (비핵화) 결과를 보기를 원하고 있지만 나는 급하게 해야 할 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북한에서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일 실험이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협상이다. 그러나 실험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두를 게 없다"는 표현을 5차례나 반복했다. 이날 그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도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노이 회담 성과 기대 이하 우려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새삼스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동일한 메시지를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이를 통해 1차 회담이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미국 내 비판여론에 맞서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그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북한 문제를 방치했고, 그 결과 자신의 취임 당시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지만 자신으로 인해 북한발 위기가 사라졌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이 시간에 쫓겨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 이행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다 핵동결 수준에서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만큼 당장 미 본토에 대한 가시적 위협이 사라졌다고 선전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복선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2차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기도 한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을 비롯해 이번 회담에 대한 미국 내 시선이 회의적인 만큼 기대치를 높여 놓고도 성과가 미치지 못할 경우 불어닥칠 역풍을 고려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평화프로세스 속도전" 기대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대치는 매우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공개된 인도 일간지 '타임즈 오브 인디아' 기고문에서 "일주일 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리라 생각한다"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된다면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적 부담을 협상카드로 사용해 미국의 큰 성과를 내주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성과와 관련,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교수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총론적 합의였다면, 이번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는 각론적 합의가 나와야 한다"며 "각론을 이행할 수 있는 워킹그룹을 만들어야 가시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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