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비핵화 지렛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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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 비핵화 지렛대 되나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2.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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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도 제재 단계적 해제 거쳐 美와 관계정상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청와대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기자] 미국이 남북 경제협력을 용인하는 수준의 대북제재를 완화해 북한의 실질적인 추가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과거 미국의 베트남 제재 해제 과정을 북한에 적용해 단계 초기에 남북 경협 중심으로 완화하며 향후 확대해가는 '상응조치 로드맵'이 하노이 협상 테이블에 채택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요청했고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이 같은 통화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남북경협 사업을 언급하며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도 했다.

이번 하노이 선언에선 북한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전세계 관심이 집중돼 있다. 북측의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확실한 경제적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미국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수용하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정도를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대북제재를 한꺼번에 일괄 해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과거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점을 북한 제재완화에 적용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날 '비핵화에 따른 대북 경제 제재 해제' 연구보고서에서 "미국은 베트남의 관계정상화 노력과 의지에 상응하여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경제제재는 효과가 작고 해제하기 용이한 것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 효과가 크고 해제하기 어려운 제재가 해제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단계적 제재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과거 비핵화 협상 때처럼 국내법적 절차와 미 국내 정치 등의 영향으로 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문 대통령의 '상응조치에서 한국의 역할' 발언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초기 해제 대상으로 남북 경협을 우선 추진하자는 것. 이후 북한의 비핵화 정도에 비례해 북한 광물 수출·수산물과 의류·섬유 관련, 해외 파견 근로자, 원유ㆍ정제유 수입, 합작투자 순으로 제재를 풀어간다는 일종의 '상응조치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도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잘 돼야 올해 서울답방도 이뤄질 수 있고 답방하고 돌아갈 때 소위 경제적 선물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계기 북한에 대한 남측의 지원을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북미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9월 평양회담을 통해 '남북간 군사 충돌 완화' 카드를 제시하고 북측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와 사찰 수용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 답보 상태에서 진전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이전에 '군사 합의서'를 통해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던 것과 달리 남북 경협 사업 허용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 미국의 결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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