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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장을 바꿔버린 이명박 당선자청계 이명박 선생, 봉황의 목을 비틀다

[제휴사=빅뉴스] 폭넓은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못한 사안이었지만 청계 이명박 선생이 중대결단을 하나 내렸다. 청와대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봉황무늬 문장을 공단 전봇대 뽑듯이 없애버리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것이다.

표면적 명분은 권위주의 극복이다. 노무현이 지난 5년 간 지겹도록 몰입해왔던 권위주의 타파 작업을 이어받겠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닮은 점이 굉장히 많은 게 노무현과 이명박이다. 달리 노명박이겠는가?

이명박이 권위주의를 불식하겠다니 참으로 소가 웃을 소리다. 청계 이명박 선생에게 권위라고 부를 만한 구석이 터럭만큼이라도 남아있던가? 권위와 도덕성은 동전의 양면관계다. 모든 국민에게 도덕적 우월감을 선사하는 거야말로 청계 선생의 장점 아닌 장점이다. 권위 없는 사람이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나서는 건 고양이가 노량진 수산시장 번영회장을 맡겠다고 생떼를 쓰는 꼴이다.

문장(紋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에서는 이렇다. 국가나 단체 또는 집안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상징적 표지(標識). 도안한 그림이나 문자로 되어 있는. 청계 이명박 선생이 사랑하는 기업의 경우에 대입해보면 로고 내지 캐릭터다.

국가원수의 상징물로 쓰이는 청와대의 봉황문양은 일종의 국기로 여겨도 괜찮은 셈이다. 박정희 정부가 도입해 이후의 대한민국 정부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유서 깊은 국가브랜드에 청계 이명박 선생 마음대로 대못질을 하겠다는 것이 작금의 형세다.

이 땅의 우익은 모두 죽었는가? 청와대 봉황문장 적출은 단순한 행정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노골적인 국체부정이자 공공연한 국가전복 기도와 다름이 없다.

조갑제 사장은 청계 이명박 선생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야 마땅하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 조사장이 청계 선생을 국보법으로 다스리라고 촉구할 가능성보다는 국민원로가 패리스 힐튼과 결혼할 확률이 훨씬 크다. 논의의 핵심은 청계 이명박 선생이 청와대 봉황의 목을 비틀어버린 진짜 이유를 밝히는 데 있다.

박성진 서울여대 중문과 교수가 때마침 의미심장한 단서를 제공했다. 그는 봉황을 한족의 용과 자웅을 겨뤄온 우리민족의 신물(神物)이라 설명한다. 동방의 여러 민족들이 수천 년 동안 공통적으로 숭배해온 다양한 새(鳥)들의 형상이 합쳐지고 섞인 결과로 지금의 봉황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고구려의 삼족오를 계승한 국가문장이 오늘날의 봉황이란다. 특기할 만한 내용은 천자는 용, 제후는 봉황이라는 해석은 그릇된 견해라는 지적이다. 봉황은 용과 대등한 지위를 점하는 강하고 독립된 존재다.

새를 받드는 토템신앙은 시베리아에서 일본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있다. 몽골과 만주 역시 이와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청계 이명박 선생이 꿈꾸는 몽골과의 국가연합을 원활히 추진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간도와 만주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분쟁에 대비하려면 청와대의 봉황문장은 키웠으면 키웠지 결코 없애서는 안 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야기를 펼치는 과정에서 나는 청계 이명박 선생이 봉황문장을 배경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도저히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없는 까닭을 마침내 깨닫고 말았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봉황은 신물이다. 동아시아 북부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토템신앙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개신교의 견지에서는 한마디로 미신이다.

청계 선생은 대통령이기에 앞서 강남 소망교회의 장로이기도 하다. 당장 태워버려도 시원치 않을 우상을 등 뒤에 놓고서 어떻게 국사에 전념할 수가 있겠는가? 수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청계 이명박 선생이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판국에.

김영삼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YS의 주장을 실전에서 검증하고 싶었던 걸까? 청계 이명박 선생은 겨레와 고락을 함께 해온 봉황의 목을 비틀려 한다.

국민원로는 잠시 김영삼 흉내를 내보련다. 봉황의 목을 비틀어도 대한민국은 영원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청계 선생이 봉황을 미국 백악관에서 사용 중인 흰머리 독수리로 아직은 교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청계 이명박 선생이 생각하기에 미국은 위대한 천자의 나라고, 한국은 미천한 제후국인 탓일까? 그게 아니라면 청계 선생이 채택하고픈 청와대 문장은 혹시 십자가?

청와대 봉황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한데 박근혜는 도대체 어디서 뭐하는 거야? 자기 아버지가 간만에 좋은 일 한다는 심정으로 만들었던 봉황의 목을 짝퉁 박정희 이명박이 마구 비틀고 있는데. 그래서 딸자식은 낳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나 보다.

빅뉴스 변희재  webmaster@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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