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김혁철, 이번주 벼락치기 담판...하노이도 싱가포르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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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김혁철, 이번주 벼락치기 담판...하노이도 싱가포르 닮은꼴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2.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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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1차 싱가포르 회담의 반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실질적인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것인가.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과정이 싱가포르 회담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회담 결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합의문을 만들어내야 할 실무담판이 이번 주 하노이에서 ‘벼락치기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시간에 쫓긴 나머지 실무회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결국 북미 두 정상이 직접 매듭을 지어야 한다. 다행히 이번 정상회담은 당일치기가 아닌 1박2일로 예정돼 있다.

17일까지 전해진 북미 협상 상황을 종합해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20일을 전후해 하노이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최근 평양에서 2박3일 협상을 진행했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데 그친 상태다. 정상회담 합의문에 어떤 내용을 담을 지는 이번 며칠간의 회담에서 정해야 한다. 북측 김 대표의 상황은 알려진 게 없지만 비건 대표는 이 같은 벼락치기 담판에 심리적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다만 평양에서의 1차 실무회담이 끝난 직후 완고했던 미국 측의 협상자세에 변화가 엿보여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좀 더 커졌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야 대북 제재를 풀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하노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다”(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CBS 인터뷰)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측은 하노이 실무회담 이전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미국 측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북한이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는 영변 핵시설과 다른 핵물질 생산시설(플루토늄·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등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추가 조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후 10월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에게도 영변 이외 플루토늄·우라늄 농축시설 해체를 약속했다고 한다.

문제는 영변 이외 추가적인 핵시설 폐기의 범위와 검증·사찰 문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에 대해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후) 한두 달 내에 가시적인 게 나와야 한다”며 “영변 핵시설 폐기라거나 핵신고를 허용하면 다들 성공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양 주재 미 연락사무소 설치나 종전선언 문제는 북미 간 타협점을 찾기 어렵지 않은 상황. 미국은 종전선언·평화체제 문제를 관련국 간 논의로 미루고, 불가침·평화선언으로 대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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