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으로 ‘메머드급 조선사’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들의 M&A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압도적인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국 조선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양사 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이면서 ‘노조 반발’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회사의 인수 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을 확정한 날부터 매각 반대 투쟁에 돌입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합병으로 인한 인적 구조조정, 경남권 기자재 업체 타격, 지역경제 붕괴 등을 우려하며 동종업체 매각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대부분 기자재 물량을 현대그룹에 속한 계열사에 몰아주는 것을 고려하면 경남권 전체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몰락할 것”이라며 “이번 매각 결정은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줘 독점체제를 강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18부터 19일 이틀 간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해 오는 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인다.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와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파업 찬반투표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임단협 투표 이후 시들어질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반대 분위기를 경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31일 2018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예정했으나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설이 나오면서 잠정 연기됐다. 이후 회사 측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현실화되고, 노조가 인수에 따른 대응 방안 논의에 들어가면서 투표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양사 노조가 조선 빅2 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고용 불안이 가장 크다.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을 펼치던 동종업계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설계, 영업, 재무 분야 등에서 통합운영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조선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재편해서 기술 시너지를 더 높일 수 있다면,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과의 조선 기술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빅2 체제 재편이 조선강국 부활을 위해 긍정적이란 시각이 대다수”라면서 “다만 대우조선해양에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노조도 무조건적으로 구조조정을 반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트윗하기

박주선 기자 js753@m-i.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