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 두고 CEO들 나서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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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 두고 CEO들 나서 전면전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8.01.25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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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힘겨루기 속 고객 권익은 온데 간데 없어

보험계 “완전 철회, 총파업 불사”, 
은행권 “4월 시행, 총력 대응”

[매일일보닷컴]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둘러싸고 은행과 보험업계 간 힘겨루기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자동차 보험, 보장성 보험 등을 은행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4단계 방카슈랑스는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나라당이 이에 대한 중지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의 불을 붙였다.

지난 21일 시중 은행장들이 4월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에 대한 차질 없는 진행을 촉구한 데 이어 이틀 뒤인 23일에는 보험사 사장단과 설계사들이 자리를 갖고 방카슈랑스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 보험과 보장성 보험마저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되면, 30만에 이르는 보험설계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대량실업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 주장하며 ‘연기’ 가 아닌 완전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 안팎에서는 보험업계와 은행 간 이해관계에 밀려 가장 우선시돼야 할 소비자의 권익은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 생보.손보협회장과 각 사 사장단 및 보험인들이 23일 손보협회에서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생명·손해보험사 사장단은 23일 공동 의견서를 통해 “그간의 방카슈랑스 시행 과정을 보면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은행에 이전되면서 소비자들은 보험료 인하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면서 “반면 은행의 강압판매, 불완전 판매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업계가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을 통해 방카슈랑스 고객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22%(자영업자의 경우 36.1%)가 대출과 연계된 강압판매로 조사됐다는 것. 또 조기 해약시 원금손실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경우도 22.7%에 달했고 특정보험사 상품을 권유받은 경우도 41%를 차지하는 등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심각하다고 보험업계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산업의 핵심영역인 보장성보험 및 자동차보험의 개방은 금융산업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무엇보다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될 경우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30만명이 넘는 보험설계사와 대리점 등 보험모집종사자의 대량실업 문제”라고 주장했다. 은행이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비합리적 가격덤핑 정책을 펼칠 경우 보험모집종사자의 상당수가 영업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지난 2005년도 연기 당시에도 보험업계는 보장성보험과 자동차 보험의 방카슈랑스 시행이 보험설계사들의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하므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 방카슈랑스 4단계 철회를 위한 보험인 합동 기자회견이 열린 자리에서 한 보험설계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설계사 대량 실업VS 확대 시행 후 설계사 증가

보험업계의 이 같은 주장에 은행권 역시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은행연합회는 보험권의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 의견에 대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4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권은 “2003년 8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단계별로 보험상품 판매가 확대됐음에도 보험설계사는 오히려 4천명이 늘었다”면서 “보험설계사의 실업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국정감사 때 은행의 불완전 판매는 다른 채널과 차이가 없다는 게 확인됐고,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보험료가 5% 인하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줬음에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보험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앞서 21일 은행연합회장 및 15개 시중·지방 은행장들이 간담회를 열고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은행장들이 직접 방카슈랑스 대책회의를 열고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은행장들은 “정치권이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을 중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금융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금융문제를 풀려 한다면 금융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한번 연기한 2005년 4월에도 많은 비용 손실이 있었다”며 “보험사의 상품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대리 해주는 것인 만큼 은행이 많이 팔면 팔수록 보험사 자산이 늘어나고 보험사가 제일 혜택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권 대립관계 속 방카 원래 취지 사라져

현재 보험업계는 정부가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전면 철회하지 않을 경우 생보·손보업계 전체가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이라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은행권 역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4단계 방카슈랑스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건의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와 은행권의 팽팽한 대립을 바라보는 금융계 안팎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각 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른 논쟁 속에 방카슈랑스의 원래 취지인 고객들에 대한 은행-보험상품의 원스톱뱅킹서비스, 보험료 인하 등 소비자 권익에 대한 부분은 사라졌다는 지적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하기보다 방카, 카드, 펀드판매 수수료 등에 치중해 손쉽게 수익을 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며 “다양한 수익원 개발과 투자은행으로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꼬집는다. 또 “보험업계도 판매채널 확보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고객 편의를 높인 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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