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오래 버티나 어디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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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오래 버티나 어디한번 해보자”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1.25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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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비정규직 노조 박현상씨, 칼바람 속 고공농성 30여일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박현상 조직국장의 고공생활은 지난 12월 27일부터 시작됐다.  자신이 일하던 GM대우 부평공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30m 상공 CCTV관제탑 위, 그곳에서의 생활은 편할 리 없었다. 원형 구조의 철탑은 작고 협소해 몸 하나 제대로 필 수 없다. 잠을 저가 위해서는 등을 구부려 ‘새우처럼’ 자야했다. 철탑은 약한 바람에도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서 처음 3~4일 간은 울렁증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까지. 투쟁을 전개하기엔 모든 게 악조건이다. 그러나 박 조직국장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지상으로 내려가는 날은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박 조직국장과의 전화인터뷰 내내 그의 수화기 너머에선 매서운 날씨를 예측케 하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통화를 하는 기자의 손이 시릴 정도로 소리는 크게 들려왔다.

▲ GM대우 비정규직지회 박현상 조직국장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며 인천 GM대우 부평공장 앞 CCTV관제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철탑 위 생활 중 가장 힘든 점은.

- 사람이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물이 아니기 때문에 힘든 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가운데 봉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생긴 철탑의 구조상 잠을 자는 게 가장 어렵다. 등을 둥글려서 새우모양으로 자야한다. 이 생활을 한 것도 한달이 지나가니까 철탑 위 ‘흔들림’도 그나마 익숙해졌다. 처음엔 잠을 자다가도 바람이 불어 철탑이 흔들리면 화들짝 놀라 깨기 일쑤였다. 처음 3~4일 정도는 울렁증 때문에 구토를 했다. 30m 상공이라 추위가 더욱 매섭다. 매일 눈보라가 몰아치고, 강풍이 불어서 관제탑 위에  비닐을 쳐놨는데 그 때문에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매우 고통스런 상황이다.

▲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 나도 사람인데 그런 생각이 왜 안 들겠는가. 원래 말이 많거나 시끄러운 성격은 아니지만 그런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이곳 생활은 생각보다 정말 힘들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노조집행부를 믿고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서 아무런 소득 없이 포기하고 내려갈 수는 없다. 내가 내려가는 날은 아마 우리 조합원들 모두가 원직복직 되는 날이 아닐까 싶다.

▲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 조합원들이 시사주간지나 잡지, 무료배포신문 등을 두레박을 통해 올려 보내준다. 아무리 정독한다고 해도 기사들만 읽으면 어느새 다 읽어버려 각종 신문에 기재된 광고의 글씨까지 꼼꼼히 읽는다. 또 DMB폰으로 뉴스 등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익히고 있다. 그래도 이곳에서의 시간은 정말 느리게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늦게 일어나려고 노력을 한다(웃음).

▲ 사측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 GM대우 비정규직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는 동요가 일고 있을 것이다. 무관심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생각엔 회사가 버티고, 참고 있는 것 같다. 언론에 보도됐다고 해서 갑자기 협상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노조를 부정하던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들어줘야하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싸움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두고 보자.

▲ 내려오면 가장 먼저하고 싶은 일은.

- 우선 씻고 싶다. 한 달이 넘도록 씻지 못해서 찝찝해 죽겠다(웃음). 따뜻한 탕에 들어가서 몸도 좀 녹이고 싶고, 함께 힘들게 싸워온 조합원들과 얼굴 마주하고 대화도 나누고 싶고, 소주잔도 기울이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하루 빨리 이 철탑에서 내려가는 날, 우리 투쟁이 승리하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날을 위해 다리 운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내려갔는데 못 걷고 기어 다닐 순 없지 않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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