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개인전문투자자’…자격증 하나로 전문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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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개인전문투자자’…자격증 하나로 전문성 인정?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2.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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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개인전문투자자 자본요건 5억원 대폭 할인…전문가, “고위험 투자 가능여부 판단 기준 없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이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하는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이 크게 완화 했지만, 적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단순히 일정한 기간만 잔고를 유지하고 있으면 전문투자자로 인정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투자할 수 있는 전문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전문투자자 지정 현황에 따르면 ‘개인전문투자자’는 지난 2014년 말 112명에서 2016년 248명, 2017년 1219명, 2018년 2922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100여명을 남짓하던 개인전문투자자는 현재 법인(729개사)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이는 2016년 6월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으로 금융투자상품 잔고 요건을 50억원에서 현재의 5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전문투자 영역에 뛰어드는 개인은 더 늘어날 추세다. 지난달 21일 금융위원회가 개인 전문투자자의 금융투자잔고 기준을 국고채와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5000만원 이상’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잔고 요건 완화는 손실감내능력 보단 투자경험을 더 따져보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진입 요건을 낮춘 것은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전문 투자자군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개인도 전문투자자 영역에 진입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활로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원이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투자경험이 될 수 있느냐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나 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국가공인자격증 보유자라면 일정한 투자경험 없이 잔고요건만 채우면 전문투자자로 인정된다. 예를 들면 전문투자자 요건에 해당하는 전문직 종사자가 5000만원을 가지고 AAA 등급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를 1년간만 보유하고 있으면 낮은 투자위험 경험하고도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전문투자자로 분류되면 일반 공모펀드가 아닌 자산군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파생상품’이나 신용도가 낮은 BB+ 등급 이하의 회사채에 투자하게 된다. ‘고위험군’ 투자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투자자로 분류돼 투자에 뛰어들 경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따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전문투자자의 경우 일반 공모투자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문투자자로 등록하거나 하면 예외 조항이 많기 때문에 공모 투자자와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전문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전문사모에 1억원 이상 투자한다면 ‘적격투자자’로 인정돼 사모펀드 투자가 가능하다”며 “다만 사모펀드의 경우 고위험 투자가 많아 개인 비중은 굉장히 적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개인의 전문성을 따져보기 위한 ‘전문지식보유 요건’이 신설했지만, 낮아진 자본요권과 중복되는 성격이 강해 판단기준이 모호 하다는 평가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개인전문투자자 개정안이 제시하는 투자경험과 손실감내능력, 전문지식보유라는 세 가지 요건은 모두 ‘정성적 요소’는 없고 ‘정량적 요소’만 있다”며 “그 결과 금융투자업자의 심사는 사실상 투자자가 제출한 서류가 정확하고 전문투자자 기준을 충족하는가만 확인하면 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성적 판단이 배제된 정량적 요소의 충족 여부만을 확인하는 정도의 업무라면 굳이 제도의 남용을 우려해 자산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금융투자업자에게만 전문투자자 전환 업무를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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