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어려움 없다면 통상임금 따라 추가 수당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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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어려움 없다면 통상임금 따라 추가 수당 지급해야”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9.02.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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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시영운수 임금 소송 ‘다시 심리하라’
‘통상임금 신의칙’ 기준 마련 못해 혼란 지속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 자료=대법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에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시간외 수당 규모와 회사의 경영상태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하면서도 통상임금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대한 구체적 판결 기준은 제시하지 못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 2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시내버스 운전기사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사건의 상고심에서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재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더 주는 것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어 노동자는 추가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통상임금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날 대법은 “기업 경영상황은 수시로 변할 수 있지만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배척하게 되면 경영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할 수 있다”며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 위반인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시영운수에 대해 “노동자들이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고, 회사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해 추가 법정수당을 상당 부분 변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추가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인지를 따질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과 총 인건비, 이익잉여금 등을 제시한 첫 사례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당초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서 신의칙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의칙 기준이 규정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시간외 수당 문제는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만도 등 여러 기업들이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는 문제다. 이날 대법원은 ‘신의칙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추상적 기준만 제시했기 때문에 기업별, 사안별로 법원 판단이 달리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경우 1심에서는 신의칙을 부정하면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는데 2심은 미지급 임금 지불시 해당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해 신의칙을 인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재계는 “어느 정도의 부담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인지 판단 여부가 여전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임금 범위·체계에 반해 근로자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 법정수당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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